모두를 위한 환경교육을 마치며
환경이라는 주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가진 배경지식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활동을 구성하기 용이한 부분이 있었다. 모두를 위한 환경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환경 도서를 여러 권 읽고 그중에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몇 권의 책을 골라서 환경 감수성, 폐기물, 동물 윤리 등과 같은 키워드를 뽑았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활동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장애학생 문해력을 고려해 최대한 글밥이 적은 책을 선정하고 활동지를 만들어 사용했다. ‘모두를 위한 환경 그림책 만들기’와 ‘수어 환경 달력 만들기’를 기획한 것도 모두가 장애학생의 문해력을 염두에 둔 재구성의 일부였다.
영화 ‘옥자’를 보고 줄거리를 마인드맵으로 작성하도록 하였으며, 영화 소감문 대신 포스터 그리기로 활동을 수정하였다. 보통은 글로 이루어지는 활동이지만 장애학생들이
긴 글을 쓰는 데 느끼는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었다.
‘무비 독’ 활동에서 읽어야 하는 책도 각자 한 페이지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는 교사가 책을 같이 읽고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모종 키우기, 비건 베이킹, 텀블러 만들기 등 생활연령에 적합한 활동을 함께 구성해서 비장애학생들도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장애학생들은 조별 활동 안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매번 그 역할은 달랐지만 색칠하고, 마인드맵을 작성하며, 모종을 심는 데 장애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주제 선택반 활동으로 친한 친구를 사귄 장애학생이 친구에게 자신의 장애를 개방하고 수용 받는 경험을 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난 뒤 비장애학생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장애가 있는 건 크게 상관없어.”라고 했다고 한다. 장애학생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나 바리스타 활동을 통해 커피 찌꺼기가 나오면 제로웨이스트를 하자고 말할 정도로 환경 감수성과 실천 행동 빈도가 향상되었다.
학기 초 환경 관련 마인드맵에 한 글자도 쓰지 못했던 학생들이 학기 말에는 마인드맵을 빼곡하게 채워갔다. 환경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익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수업 중 플라스틱 점자 카드나 텀블러 만드는 활동을 한 후에 그 자체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환경에 대해 배우는 과정도 친환경이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비장애학생들의 생활 모습까지 특수교사가 관찰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환경 수업하는 동안에 학생들은 플라스틱 생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제 선택반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들은 “다음 학기에도 배리어프리 환경반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매주 활동을 준비하느라 버거웠지만 통합교육×환경교육을 실천했던 이 시간을 나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 업사이클링: 재활용할 수 있는 옷이나 의류 소재 따위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하여 가치를 높이는 일
- 페들렛: 하나의 작업공간에 초대된 다수의 사람들이 메모지를 붙여 공유하는 작업용 어플리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