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3 - 함께그린(Green)초록 미래, 모두를 위한 환경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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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2호
(vol. 128)
모두가 행복한 수업 3

함께 그린(Green) 초록 미래, 모두를 위한 환경교육

박신하(수원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함께 그린 초록 미래, 통합교육을 환경교육으로 하면 어떨까?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잘 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장애학생의 도전’과 ‘짐을 끄는 짐승들’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성이 있는 인간만이 존엄하다는 인간중심주의 관점이 환경 훼손을 정당화하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근간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계기로 환경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환경교육에 참여하면 새로운 형태의 통합교육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주제 선택반인 ‘배리어프리 환경반’을 운영하게 되었다.

배리어프리 환경교육이란?

배리어프리란 말 그대로 장벽을 없앤다는 뜻이다. 배리어프리 환경반은 중학교 1학년 장애학생 3명과 비장애학생 25명으로 구성해 자유학년제 주제 선택반을 역통합교육으로 운영하였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장벽을 없애고 함께 환경교육을 해보자는 의미로 개설했다. 매주 월요일 5, 6교시에 진행되었으며 학기별로 구성원이 바뀌었는데 장애학생은 바뀌지 않고 비장애학생만 수강 신청을 다시 하는 형태였다.
1학기 운영 후 재미있다고 입소문을 탄 배리어프리 환경반은 2학기 수강 신청에서 빠르게 마감이 되었다.

무비 독 - 영화로 보고 책으로 읽는 환경교육

무비 독이란 ‘movie+독서’가 합쳐진 말로, 환경 키워드와 관련된 영화를 보고, 독서를 한 후에 환경보호 활동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묶은 활동이다. 책만 읽게 해서는 장애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을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영화와 독서를 묶은 활동이다. 영화에 숨어있는 ‘환경문제’를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수업을 준비했다. 영화 ‘월E’를 보고 난 뒤 쓰레기로 뒤덮일 지구를 함께 상상하며,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책 일부를 같이 읽었다. 그다음에 올바른 폐기물 배출 방법 포스터를 만들어 게시했다.


무비 독: 영화 ‘월E’x 독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제로웨이스트 실천 - 업사이클링이 모종?


플라스틱에 모종 심기


플라스틱 수거하기

리컵키트


제로웨이스트란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을 말한다. 한 달간 학교 내에 플라스틱 수거함을 설치하고, 모종을 심어서 나눠주는 활동을 진행했다. 일명 ‘업사이클링1)이 모종?’ 활동이다. 플라스틱에 학번과 이름을 써서 수거함에 넣어두면 고추나 파 모종을 심어서 학생과 교직원에게 되돌려주었다. “플라스틱 또 내도 돼요?” 학생과 교직원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 이 활동에 장애학생들이 가장 주체적으로 참여하였다. 왜냐하면 진로와 직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키우고 있던 고추 모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키운 모종이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기여한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즐거워했다. 그래서인지 모종 심는 방법을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기도 하고 만든 모종을 배달하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활동 중심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쓰레기를 줄였다는 보람과 모종을 심어 제공했다는 뿌듯함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에 간식으로 음료가 제공될 때면 학생들이 “이것도 업사이클링 할 거예요?”하고 묻곤 했다.

중학교 3학년 환경 동아리와 같이 줍깅

중학교 1학년 ‘배리어프리 환경반’과 중학교 3학년 ‘미션 그린’ 동아리가 환경이라는 주제로 학기별 한 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일반교과 선생님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1학기에는 ‘줍깅’ 활동을 했다. ‘미션 그린’ 동아리와 ‘배리어프리 환경반’이 지역 주민에게 개방된 운동장에 주말과 밤사이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온갖 쓰레기가 50L 봉투로 2개 가득 나왔다. 활동 후,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결국 바다로 가서 식탁에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담은 영상도 시청했다. 운동장은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기에 가장 가까운 장소였다.

미션 그린 x 배리어프리 환경반 같이 줍깅!


커피 찌꺼기로 버섯 키우기


학기에는 ‘쓰확행’이라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번에는 궁극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으로 커피 찌꺼기에 버섯을 키우는 활동이었다. 각자 키트를 집에 가져가서 키운 사진을 페들렛2)에 게시하여 버섯을 가장 잘 키운 사람을 투표해 시상을 했다. 다 키운 버섯 키트는 화분에 거름으로 줄 수 있어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

모두를 위한 환경 그림책, 수어 환경 달력 만들기

‘모두를 위한 환경 그림책 만들기’는 한 학기 동안 배운 환경 키워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조별로 스토리보드를 짜고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한 후 그림책을 완성하는 활동이다. 조별 활동에서 색칠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장애학생들이 척척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학기에 진행된 ‘모두를 위한 환경 달력 만들기’에서는 학생들과 수어를 배우고, 환경 기념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수어 엽서를 제작하는 활동을 하였다. 수어도 배우고 환경 기념일도 기억할 수 있는 의미있는 활동이었다.

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 만든 환경 그림책
https://www.miricanvas.com/v/11nnixf (그림책 탑재)


장애학생이 그린
<세계 차 없는 날> 달력

비장애학생이 그린
‘계절’ 수어가 포함된 달력 표지

모두를 위한 환경교육을 마치며

환경이라는 주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가진 배경지식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활동을 구성하기 용이한 부분이 있었다. 모두를 위한 환경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환경 도서를 여러 권 읽고 그중에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몇 권의 책을 골라서 환경 감수성, 폐기물, 동물 윤리 등과 같은 키워드를 뽑았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활동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장애학생 문해력을 고려해 최대한 글밥이 적은 책을 선정하고 활동지를 만들어 사용했다. ‘모두를 위한 환경 그림책 만들기’와 ‘수어 환경 달력 만들기’를 기획한 것도 모두가 장애학생의 문해력을 염두에 둔 재구성의 일부였다.
영화 ‘옥자’를 보고 줄거리를 마인드맵으로 작성하도록 하였으며, 영화 소감문 대신 포스터 그리기로 활동을 수정하였다. 보통은 글로 이루어지는 활동이지만 장애학생들이 긴 글을 쓰는 데 느끼는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었다.
‘무비 독’ 활동에서 읽어야 하는 책도 각자 한 페이지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는 교사가 책을 같이 읽고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모종 키우기, 비건 베이킹, 텀블러 만들기 등 생활연령에 적합한 활동을 함께 구성해서 비장애학생들도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장애학생들은 조별 활동 안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매번 그 역할은 달랐지만 색칠하고, 마인드맵을 작성하며, 모종을 심는 데 장애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주제 선택반 활동으로 친한 친구를 사귄 장애학생이 친구에게 자신의 장애를 개방하고 수용 받는 경험을 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난 뒤 비장애학생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장애가 있는 건 크게 상관없어.”라고 했다고 한다. 장애학생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나 바리스타 활동을 통해 커피 찌꺼기가 나오면 제로웨이스트를 하자고 말할 정도로 환경 감수성과 실천 행동 빈도가 향상되었다.
학기 초 환경 관련 마인드맵에 한 글자도 쓰지 못했던 학생들이 학기 말에는 마인드맵을 빼곡하게 채워갔다. 환경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익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수업 중 플라스틱 점자 카드나 텀블러 만드는 활동을 한 후에 그 자체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환경에 대해 배우는 과정도 친환경이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비장애학생들의 생활 모습까지 특수교사가 관찰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환경 수업하는 동안에 학생들은 플라스틱 생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제 선택반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들은 “다음 학기에도 배리어프리 환경반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매주 활동을 준비하느라 버거웠지만 통합교육×환경교육을 실천했던 이 시간을 나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 업사이클링: 재활용할 수 있는 옷이나 의류 소재 따위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하여 가치를 높이는 일
  • 페들렛: 하나의 작업공간에 초대된 다수의 사람들이 메모지를 붙여 공유하는 작업용 어플리케이션
이렇게 해 보세요
  • 통합교육 x 환경교육을 주제 선택반이나 동아리를 개설해서 운영하기 어렵다면 지구의 날이 있는 4월과 환경의 날이 있는 6월을 활용해 특수학급 행사로 진행해 보세요.
  • 학교환경교육정보센터(https://www.seeic.kr/index.do)에 학교급별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게시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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