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현장 속으로 1 - 벌처럼 함께, 꽃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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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2호
(vol. 128)
꿈꾸는 현장 속으로 1

벌처럼 함께,꽃을 찾아

윤태영(오봉초등학교 교사)

도시 양봉 교육 시설_허니 봉봉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식량 생산에 이바지하는 꿀벌이 지구 온난화 등 환경의 변화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도시 양봉 교육은 이러한 꿀벌의 소중함을 알고 지키는 활동을 통해 환경에 대한 탐구 기회를 넓히고, 환경문제 해결 능력을 증진할 수 있는 활동이다. 동시에 벌처럼 서로 협동하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도시 양봉 교육을 도입한 주된 이유이다.

허니 봉봉 교실


도시 양봉 교육은 ‘허니 봉봉’이라는 이름으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는 동아리 활동이다. 동아리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본교 4층에는 허니 봉봉 교실이 있고, 교실 문을 열고 나가면 옥상에 약 30개의 벌통이 있다. 스트레스가 가득한 교실과 달리 맑은 하늘과 달콤한 향이 함께하는 허니 봉봉 활동 시간에는 모두의 마음이 달콤해진다. 허니 봉봉 교실은 도시 양봉 수업 관련 의상과 채밀 도구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주로 꿀벌의 생태 이론, 양봉 안전 수칙, 양봉 복장과 도구 갖추기 등 양봉을 위한 준비 교육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복장을 갖추고 나면 옥상으로 나가 계절별로 벌통을 관리하고 채밀한다. 장애학생과 일대일로 짝을 이루어 도시 양봉 활동을 하면서 벌 군집이 어떻게 여왕벌 한 마리로 뭉친 가족을 이루고 있는지 이해하고 함께 학교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 도시 양봉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꿀벌의 생태와 꿀벌이 우리 환경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자연의 섬세한 균형과 자연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배우고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키울 수 있다. 꿀벌을 돌봄으로써 벌집이 번성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은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준다. 많은 학생이 자연과 동떨어진 도시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도시 양봉은 콘크리트 정글 한복판에서 자연 세계와 연결하는 소중한 다리의 역할을 하며 우리 도시 내에서도 생태 보존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옥상의 허니 봉봉 공간 및 활동 모습

기후 위기에 대해 배우는 탄소 중립 교육장

우리 학교에는 허니 봉봉 공간 외에도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공간이 많이 있다. 탄소 중립 교육장은 탄소 중립의 중요성과 기후 위기에 대한 교육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장 한켠에는 자원순환 로봇이 있는데 탄소 중립 체험장에서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아본 후, 로봇을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페트병을 재활용하고, 포인트를 쌓는 데 사용하고 있다.

탄소 중립 교육장 / 자원순환 로봇


오봉 아쿠아리움에서는 학교 주변 생태에 서식하고 있는 수생 생물들을 만날 수 있으며, 생태체험실에서는 학교 주변 곤충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오봉 아쿠아리움과 생태체험실에서는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시기도 한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교장실로 달려가 잡은 곤충의 생태를 질문하는 모습 속에서 생태환경교육을 친근하게 느끼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생물 다양성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생태계 안에 서로 다른 것들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모든 생물은 동일하게 생기지 않았으며, 하나하나의 생명이 동등하게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생물 다양성을 배운 학생들은 교실 속 모습의 다양성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생물 다양성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나온 웃음소리는 통합교육 교실로도 전달된다.

오봉 아쿠아리움

생태체험실

통합교육 및 생태환경교육이 가지는 의미

최근 인상적인 메타버스 활용 사례가 있었는데 학생자치회 주최 ‘폐건전지 모으기 활동’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이전 폐건전지 모으기 행사에서 학생들의 참여는 다소 저조하였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요소가 반영된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 행사 대비 약 10배 가까운 폐건전지를 수거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폐건전지를 가져온 학생은 메타버스 내 땅을 분양하고, 나무를 심어 해당 학생의 명예를 지켜주었다. 학생들은 환경 관련 학생 자치 행사(폐건전지 모으기, 지구를 위해 불 끄기 등)를 통해 탄소 제로 코인을 얻을 수 있다. 탄소 제로 코인을 활용하여 학생 자치회가 운영하는 학교 내 매점을 이용하기도 하고, 아나바다 장터에서 실제 돈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탄소 제로 코인은 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장애학생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비장애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해 볼 수 있다는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장애학생들은 학생회 행사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탄소 제로 코인을 받을 수 있지만 장애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학생자치회에서는 장애학생들이 탄소 제로 코인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제한되어 있다고 보고 코인 지급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지식으로서의 통합교육을 넘어 삶의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 통합교육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통합교육 및 생태전환교육이 가지는 의미를 다음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벌처럼 함께, 꽃을 찾아’. 우리 학생들은 벌처럼 함께할 것이다. 교사들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생태전환교육을 주제로 함께하는 사회의 소중함을 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장애,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생태전환교육과 다양한 통합교육 경험 속에서 살아있는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탄소 제로 코인

탄소 제로 코인 매점

※ 허니 봉봉 동아리 활동 영상: https://youtu.be/ikPtefMP9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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