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특수교육 독자 여러분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 ‘원샷한솔’ 채널을 운영하는 김한솔이라고 합니다.
중도 실명 후, 시각장애를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에 적응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저는 고등학생 때 중도 시각장애인이 되어 어느덧 14년 차 장애인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시각장애인이 되었을 때는 장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되고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삶의 방식이 바뀌어 처음부터 배워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점자도 성인이 다 되어 배우다 보니 어렵고 답답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점자 읽기나 핸드폰 사용 등은 방법을 배우고 익숙해지면 되는 것이었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해 오던 일상의 것들이 불가능할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이었습니다. 버스는 시각장애인이 타기란 거의 불가능하였습니다. 장애인 복지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의약품이나 일상용품들에는 점자가 없어 점자를 배웠음에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반학교와 맹학교에서의 생활이 많이 달랐을 텐데 어땠나요?
저는 맹학교와 일반학교의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사람이 모이고 놀고 웃고 즐기는 모습은 처음 맹학교를 입학할 때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달리 너무도 비슷했습니다. 처음 맹학교에 입학해야 한다고 했을 때 장애에 대해 편견도 있고 미디어 속에서만 보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재미없는 모습들만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입학할 때를 떠올려보면 제가 가장 우울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장애인에 대해 왜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맹학교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맹학교에서의 3년은 제가 장애를 잘 받아들이고 편견을 깰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서로가 분리 교육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특수학교의 몇몇 친구들은 비장애인 친구를 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비장애인 친구들도 장애인 친구를 대하기 어려워 하였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는 사회통합이 빨리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셨는데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다양한 직업을 자유롭게 가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갈 때 대부분은 좋고 싫고를 떠나 사회복지학과 혹은 특수교육과를 가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좋아해서 선택한다면 너무 기쁜 일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장애인이기에 너무나 제한된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복지학과, 특수교육과, 경영학과를 합격했을 때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영학과를 선택했습니다.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누구도 가지 않으면 그곳은 언제나 선택할 수 없는 길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이 사회의 모습이 변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당시에 유튜브를 즐겨보던 저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행복했기 때문에 김한솔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튜브에서 내가 기획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똑같구나. 하지만 한편으로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장애의 문제라기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는 것을 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회실험'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고 있는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콘텐츠 대부분은 친구들과의 대화와 실제 제가 겪었던 일들을 기반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기존 유튜브에는 장애인이 수동적으로 나오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와 세상 살기 좋다’라는 내용의 것들이 많습니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구조적·환경적인 문제로 좌절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서 사회실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각장애인마다 시력의 정도, 경험, 삶의 방식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에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실험 콘텐츠들을 통해 보는 우리나라의 장애공감(장애이해)지수는 어떠하며,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 변화되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회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이 사회 속에서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식적인 면에서 먼저,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함께했을 때 물리적인 환경들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이 컵라면을 먹을 때 어떤 것이 불편한지 이야기했을 때 누구는 기업에서 그런 것을 왜 하냐는 반응이었지만 또 누군가는 저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같이 목소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모여 결국 사회는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샷한솔님이 가지고 있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데요. 긍정 에너지를 얻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미래에 대한 상상 속에서 혼자 즐거워하고 다시 힘을 얻습니다. 어릴 적부터 미래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달성할 때마다 성취감과 자신감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 목표는 사소한 것도 있고, 거창한 것일 때도 있는데 이런 상상 속에서 즐거워하는 편입니다. 힘들 때는 혼자서 많이 말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상상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상들도 찾아보며 혼잣말을 많이 하는 데요, 나와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요즘은 유튜브 댓글을 보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습니다.
유튜버를 꿈꾸는 장애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무엇이든 좋으니 생각하는 것을 실행에 옮겨 보세요. 당장 영상을 올리지 않더라도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더라도 영상을 찍어 보고 피드백해 보세요. 저도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될 때가 있더라고요. 생각과 실행은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과 노력이 함께 동반되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유튜버로서 인간 김한솔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같은 주제라도 콘텐츠의 형식을 바꿔가며 만들고 있습니다. 상황극, 사회실험, 대화처럼 방식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의 경험도 새롭게 생겨날 것이고 환경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니 그때 맞춰서 보여 주고 싶은 것이 계속 생겨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간 다른 국가에 가서 그 나라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어서 그러한 영상들도 찍어 보고 싶습니다. 세계 최초로 점자 실버버튼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젠 점자 골드버튼까지도 받아보고 싶다는 목표와 욕심도 생겼습니다. 또 다른 매체에도 진출해서 다큐와 뉴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드라마, 예능 등 어느 프로그램에 장애인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