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에 대한 얕은 인연과 작년에 있었던 장애아 어머니와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던 차에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실시하는 고위관리자 과정 연수의 참석 제안을 받고 하루를 머뭇거리다가 승낙을 했다.
‘이번에 특수교육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려나? 특수 민원에 대한 특별한 해결책이라도 얻어 올수 있으려나? 연수 장소가 제주도라니 한 번 가서 머리도 식힐 겸 가보자!’이런 얄팍한 나대로의 계산으로 연수를 가겠다고 한 것이다.

특수교육과의 인연

39년전 교육대학 2학년때 부산혜성학교에 참관 실습을 한 적이 있다.
특수교육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자기 이름을 부르면 대답을 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는 아이를 보고 대견하다고 칭찬하며 마냥 얼굴에 웃음을 띠고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이 경이롭기만 했다. 나는 절대 저렇게 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25년전쯤 특수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교감선생님께서 특수교사 자격시험에 응해 보라고 권유하셨다. 그 때도 나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나는 특수교사 자질이 없다”고 했고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그리 달갑지 않는 사건으로 특수교육과의 만남이 있었다.
입학시험을 쳐서 입학하는 학교에 전학을 시켜달라는 자폐장애를 가진 00이의 어머니와의 6개월간의 긴 싸움은 특수교육에 대한 내 생각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려 놓았다.
법으로도 안 되는 일을…결국「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시행(2008.5.26)된 이후에야 해결할 수 있었다.

마음의 눈이 뜨이다

연수를 시작하면서 만난 하나의 충격은 이효자 국립특수교육원 원장님이었다.
정말 처음 본 순간 감전된 듯한 찌릿함이 가슴에 닿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표현할 수 없는 그 기운은 연수받는내내 어떤 힘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분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움직임이‘뭔가 또 다른 그 무엇이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또 하나, 설동근 부산교육감님의「행복한 학교, 교육지도자에 달렸다」는 강의는 우리교육의 나아갈 길을 안내해준 이정표라고 여러 교육장님들이 말씀하실 때 부산 교육의 한 멤버로서의 자긍심은 정말 뱃속이 가득차 오르는 기분좋은 포만감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장애인들의 일상생활 둔함과 느림을 체험하게 되었으며, 신현기교수의 강의 중“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이 오히려 심오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라는 말은 장애아를 이해하는데 키 포인트가 되어 내 가슴을 움직였고, 통합교육은 특수교육이 아닌 인간성 회복을 위한 기초교육이라고 강조하시어 장애아를 보는 마음의 눈을 크게 뜨게 되었다.
“장애아가 자기 짝에게 인정받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짝의 생각을 열리게 해 달라”는 김진호 선수 어머니의 절규를 들으면서‘사람은 각자 모두 다르다’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장애아들과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현장을 지도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통합교육을 위한 작은 실천

우리교육청 관내에는 초등학교 병설 특수유아반이 있는데 그 학교에는 일반 유치원반은 없고 특수반만 있다. 유치원을 개원할 때 여러 사정으로 인해 특수반만 만들어졌다고 했다.
연수 다녀온 후 바로 현장 실태 및 기초 조사, 학부모 설문 등을 토대로 일반유치원 1개반 증설을 위한 기초 작업을 시작하고 그 타당성을 설명하여 내년에 일반학급을 개설키로 했다. 여태껏 무관심했던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한 첫 번째 일이다.
내년부터 특수학급 아이들이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할 모습을 상상해 보면 괜히 마음이 뿌듯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특수교육 고위 관리자 과정 연수로 특수교육에 대한 마인드가 완전히 바뀐 내 자신을 보며 괜히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