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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화여자대학 병설 배화유치원 만 5세반 담임을 맡고 있으며, 총 교육경력은 4년이나 통합교육 운영은 2년째이다. 현재는 서울국립맹학교,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과 각각 한 달에 2회씩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한 번쯤은 통합교육을 해보겠거니’하고 막연히 생각만 했었는데 배화유치원에 부임하여 통합교육의 실제를 앞에 두고 보니 어떻게 통합교육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었다. 통합교육 현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활동을 계획하고, 비장애아이들의 장애유아에 대한 인식 개선과 통합교육에 대한 이론과 실제의 사이에서 통합교육 목표 확립을 위해 정신없이 보냈었던 것 같다. 지난 1년간 정답 같은 통합교육의 표본만 쫓느라 통합이 이루어지는 교실 안에서 아이들이 정말 필요한 통합의 실제가 무엇인지 잘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올바른 통합교육에 대한인식이 매번 통합교육을 할 때마다 아이들의 반응이나 평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올바른 통합교육의 가치 확립에만 너무 치중하기보다는 통합교육의 실제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수도사랑의학교,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통합교육의 계획, 실행, 평가한 과정과 교실 안의 풍경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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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의 준비
3월 둘째 주. 수도사랑의학교 선생님들과 마주 앉아 통합교육에 대한 협의를 하였다. 통합교육의 횟수, 내용, 활동내용, 각 반의 아이들의 특징, 효율적인 교수 진행방법, 아이들의 케어 방법 등에 대해 협의를 하였는데 협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와 같이 협의를 한 뒤, 통합교육의 실제에 첫 발을 내민 교사로서 통합교육에 대한 부담감, 장애유아에 대한 인식과 이해에 대한 수도사랑의학교 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통합교육의 협의를 마쳤다.
협의를 마친 후에 통합교육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작년 통합 활동에 대한 평가지를 참고하였다. 평가지의 내용을 통해 학부모들은 통합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통합교육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았지만 이런 높은 인식도 아이들의 장애유아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큰 벽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발달장애아동에 대한 외적인 거부감은 없었으나 행동적인 특성과 무조건적인 배려와 이해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러한 사전적 배경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거부감 감소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생각되어 목표로 정하였다. 그리고 통합교육의 방향을 단순히‘장애유아에 대한 이해’인지‘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였다.
회의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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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합교육 일정 계획
1) 한 달에 2회 통합교육 실시
- - 매 달 첫째, 셋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11시 30분
- - 한 학기에 2회 수도사랑의학교로 역통합
2) 2008년 1학기 교육계획
날짜 |
활동내용 |
4월 2일 |
신체활동 (역통합) |
4월 23일 |
음악활동 - 악기 놀이 |
5월 7일 |
동화ㆍ동극 |
5월 21일 |
신체활동 (순환운동) |
6월 4일 |
신체표현 |
6월 18일 |
동화ㆍ동극 |
7월 2일 |
물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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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활동 내용
- 1) 일과 순서 : 인사하기-자유선택활동-집단활동 또는 인사하기-집단활동-자유선택활동
- 2) 통합교육의 중심 :“ 함께 놀자, 기다리자, 나누어 먹자”(노래 만들기)
- 3) 집단활동 내용 : 보드게임, 요리활동, 음악, 이야기나누기 등
- 4) 신체활동 내용 : 신체접촉, 터널, 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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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애통합유아 현황 (2:1)
- 1) 수도사랑의학교 (만 5세) - 5명
- 정신지체아동 1명 / 발달장애아동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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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은 어디가 아픈 거예요?
통합교육을 시작하기 2주 전, 아이들에게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을 책으로 만들어 주어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에게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사 : 얘들아,수도사랑의학교친구들은어떤친구들이니? 유아:저요,여섯살때만났었는데요.장애인이에요.
교사 : 장애인은어떤사람을말하는걸까? 유아:아픈사람이요!
교사 : 그럼수도사랑의학교친구들은어디가아프다고생각해?
유아 : “ 음...생긴 거는 우리랑 똑같은데..선생님, 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은 어디가 아픈 거예요?” “마음인가...머리요! 머리가아픈가봐요!
교사 : 그런데너희들은왜수도사랑의학교아이들이아픈친구들이라고생각하니?
유아 : 어..왜냐면요..우리랑 다르니까요. 우리랑 비슷하게 생기고 키도 비슷한데 침도 흘리고 말도 잘 못하니까요.”“또, 약속도안지키고, 막돌아다니고요..막..그래요.
이렇게 아이들과의 이야기 나누기를 통해 아이들이 장애인을 단순히 아픈 사람이라고만 인식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발달장애아동과 정신지체아동들을 아픈 아이들로 개념화하기에는‘환자'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아 정확하게 말해주기로 하였다.
“수도사랑의 학교 아이들은 머리나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아니라 조금 느린 아이들이야.우리보다 생각주머니 가천천히 자라고, 말도 천천히 배우고, 다른 사람의 말도 천천히 이해하는 친구들이야. 그래서 우리가 도와줘야할 때가 있어.”
라고 말하고 수도사랑의학교 유아들의 행동특성에 대해 말해주며 아이들이 통합교육과 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두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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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지만 힘들기도 했어요
우리 유치원에서의 첫 통합은 협의 내용과는 달리 수도사랑의학교 두 반의 통합으로 모두 10명의 아이들과 이루 어졌다.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아이들에게 기분을 물어보니 모두 “조금 기대도 되고 떨려요." 라고 표현을 하였다. 사전에 아이들과 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서 그런지 당황하지 않고 놀이에 잘 참여하였다. 대집단 활동, 자유선택활동 모두 짝과 함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사가 도와주었는데 대집단활동은 짝과 함께 활동을 했지만 자유선택활동은 거의 우리반 아이들끼리만 이루어졌다. 짝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들끼리 모여서 놀이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통합교육을 마무리하고 아이들과 통합활동에 대한 평가를 하였다.
교사 : 오늘 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과 함께 활동을 해보니 어땠니?
유아 : 좋았는데요. 그래도 힘들었어요. 내 짝은요, 내 말은 안듣고, 자꾸 뛰어다니고 그래요. 못 따라 다니겠어요. 이거하자고 해도 말도안듣고요. 자꾸딴데로 가서 힘들어요.
아이들과 다시 한 번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의 특성에 대해 말해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를 요구하였다.
교사 : 너희들도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과 놀이를 하다가 힘든 점이 있으면 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얘기해. 선생님이 언제든지 너희들의 말을 들어주고 도와줄테니까.
아이들도 다음번에는 짝과 함께 활동하는 것에 대해 더 노력을 해보겠다고 했다. 평가를 마친 후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너무 성급하게 통합교육에 접근을 하면 아이들도 금방 지칠 것 같아 천천히 다가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통합교육이 아이들의 사회성을 발달면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통합교육때마다 한 쪽의 아이들에게만 그저 이해만 해주고 참아주길 당부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통합교육에 대한 교사의 과제를 남기고 첫 통합교육을 마쳤다.
통합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있어서만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통합수업을 진행하면서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과 우리반 아이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즐길 수 있는 수업을 하지 못해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우리반 아이들과의 수업이 익숙한 나로서는 조절을 하려 했지만 결국엔 우리반 아이들에게만 적합한 수업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수업 후에 자기 평가를 하면서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활동의 수준을 다시 한 번 고려하여 활동 내용을 조절하여 다음 수업에 반영하였다.
4월 한 달간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과 서로에게 적응하고 통합 분위기에 적응하며 보냈다.
5월, 6월초가 되자 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에게 익숙해져서 나름의 방법으로 짝과 놀이를 하였으며 짝이 흥미를 보이는 곳에 가서 놀이를 하는 등 짝과 함께 하려는 자발적 욕구가 높아졌다. 하지만 짝과의 문제 상황에서는 항상 교사의 도움을 의존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하지 마, 이쪽으로 와. 여기 앉아. 나랑 놀자." 등 간단한 말로 짝과 대화를 하거나 문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시간은 지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즐거운 통합교육을 할 무렵 여름방학이라는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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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 언제 와요? 왜 안 와요?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될 무렵 수요일이 되자“선생님, 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 왜 안 와요?"라며 궁금해 하고 빨리 만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2학기의 통합교육은 1학기 때의‘서로 친해지기’ 와는 달리‘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통합교육을 통하여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반 A의 경우, 유난히 스킨십을 싫어하는 A는 담임교사와 친구들과의 스킨십도 싫어하였다. 통합교육을 처음 시작할 무렵에도 짝인 B와 손을 잡거나 하는 접촉행위와통합교육 자체를 힘들어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통합교육의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B와 손을 자연스럽게 잡기도 하고 감각 운동실로 이동을 하면서 짝의 손을 잡고 짝의 발걸음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기도 하였다. 또한, B가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옳지, 옳지!”라며 끝까지 격려를 해주어 함께 내려오고, 신발을 갈아 신을 때 신발을 가져와서 신겨주기도 하고, 간식을 서로 나누어 먹고, 게임할 때 끝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였다. 아이들끼리 정도 많이 들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서슴없이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에서 통합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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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의 통합교육을 마치며

1년간 수도사랑의학교와의 마지막 통합 활동을 모두 끝낸 뒤 서로 헤어지려니 무척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들도 많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현관문까지 짝을 배웅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합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의 통합교육을 통해서도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 그리고 장애유아와의 놀이 경험을 통해 다른 아이들보다 더 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교사로서 수업을 할 때 통합 교육을 하면서 부담과 긴장이 마음 가득했었는데 수업 중간에도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고 발문을 던져도 반응이 없거나 서로 교감이 되지 않아 고민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업 중간에 뛰어나오거나 우는 아이, 상동 행동을 하거나 소리를 내도, 물어봐도 대답이 없어도 이런 상황의 아이들에게 유연성이 생겨 전혀 개의치 않고 수업을 하는 내 모습을 의식하면서 놀라기도 했다. 또한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놀이를 유도하는지 어떻게 도움을 주는 것인지에 대한 내 교수 방법에서도 아이들의 마음만큼이나 성장해 있었다.
통합교육을 하면서도 항상“이게 맞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었는데 교육실습생들의“장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비장애 아이와 장애 아이들이 함께 활동하고 놀이하는 통합교육의 실제”를 보는 좋은 기회가 되어 좋았다고 했을 때,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 없이 아이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함께’활동하는 것이 중요한데 너무‘교수방법에만 연연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스스로가 너무 생각이 많아 나를 틀 안에 옭아매어 힘들어 했던 것 같았다.
장애유아와 비장애유아를 구분하여 나와 다른 친구에 대해서 알고 그 친구를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면서 친해지고 즐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수도 사랑의 학교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정상 아이들과 함께 놀이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통합교육의 의미는 더불어 사는 사회 안에서 다른 점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놀이방법, 적응력, 배려, 협동을 배우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그것이 오늘의 우리반 통합교육 교실 안의 풍경이다.
지난 1년 동안 통합교육의 실제에서 나의 성장을 도와준 수도사랑의학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좋은추억을 만들어준 우리반 아이들과 수도사랑의학교 아이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월·화·수·목·금·토·일 중에서 오늘은 오늘은 수요일. 오늘은수요일, 수도사랑의학교친구들만나는날입니다~♬
수요일 아침. 어느 때 보다도 활기찬 목소리로 하루 일과 계획을 한 뒤 수도사랑의학교 친구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