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치료

- 가상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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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약 먹고
바르고
주사도 맞는데
먹을 약도
주사 놓을 자리도
바를 자리도
마땅찮은 자리가
아플 때 그 때에
무작정 병원엘 가면 어떨까
누군가
털어 넣는 약
바르고 맞는 주사를
그저 바라만 본 것만으로도
아픈 내 시간들이
덩달아 치료될 것처럼
링겔 꼽고
휠체어 타고 산책 나온
환자들을 무작정 뒤따라 다니면 어떨까
멀쩡해 뵈지만 링겔 꼽고
휠체어에 태워서
박라연 시인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와 수원대 국문학 석사, 원광대 국문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울에 사는 평강공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서울에 사는 평강공주』(1990),『 생밤 까주는 사람』(1993),『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1996),『 공중 속의 내 정원』(2000),『 우주 돌아 가셨다』등이 있고 산문집으로『춤추는 남자, 시 쓰는 여자』(1995) 등이 있다. 2008년에는 윤동주상(문학 부문)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