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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준비한 100인의 이야기, 쿠마르와 화이트필드의「희망의 근거」

21세기를 준비한 100인의 이야기, 쿠마르와 화이트필드의「희망의 근거」’

글 _김 성 재 전 문화관광부장관, 한신대교수 / 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겸 김대중도서관장

  • 「우리는 가끔 인간성이 상실되고 미래에 대한 절망이 가득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속도, 개발, 소유와 같은 편리와 풍요가 새로운 삶의 화두가 되었고, 밝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범람하는 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돌아보면 편리와 풍요는 인간의 시간을 관통하며 점점 더 강해지고 확대되어가는 반면 인간의 자아는 더 약해지고, 축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 천 년의 인간사에서 충분한 속도와 개발, 소유를 누린 사람이 얼마되지 않음은 편리와 풍요라는 갈망에 대한 개인의 노력부족을 원인으로 하기 보다는 충분함의 정의를 다시 내릴 것을 권한다. 그렇지만 어느 시대를 살았던 스스로 충만하고 풍요로운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느림’과‘영속성’, 그리고‘버림’에 대하여 고민하고 실천하였던 사람이었다. 이웃과 함께였기에 느리게 걸었고, 영원을 추구하였기에 순간의 즐거움을 탐닉하지 않았으며, 버림을 고민하였기에 풍요로웠던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절망을 거름삼아 희망의 꽃을 가꾸던 사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 이번호에서는 이 시대의 큰 스승 김성재가「희망의 근거」를 빌어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성재 교수가 글을 집필하는 모습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무엇보다 미래가 열려진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데 있다. 짐승은 본능에 의해 살아가는 미래가 닫힌 존재로서 어제와 오늘, 내일이라는 시간 개념이 없으며, 한 어미가 그 자식에게, 또 그 자식이 자라 어미가 된 후에는 그 자식에게 전달하는 것들이 본능으로 결정된다. 그들은 본능에 따라 성장하고, 자손을 번식하고, 소멸해 간다. 몇 세대가 지나든 동일한 종에서는 동일한 내용들이 후대로 전달되는 것일 뿐 임의의 한 세대마다 새롭게 생성하여 전달하는 내용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짐승은 태어날 때 완성된 존재로서 새끼와 어미는 양적인 차이는 있지만 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질적 존재이다.
    인간은 양적 성장을 한다. 먹고 마시며, 잠자는 가운데 인간은 자연적 성장을 한다. 그리고 인간은 질적 성숙을 이루어간다. 인간은 자기 초월이 가능하고, 어제에서 오늘을 사는 존재가 아니라 내일의 지평에서 어제를 돌이켜보고 오늘을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짐승과 달리 어제와 오늘이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어제는 짐승들의 어제와는 다르다. 인간의 어제는 오늘의 발판이 된다. 그것이 양적이든 질적이든 모든 어제는 새로운 오늘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가진 존재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성숙되어 가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갈고 닦으며, 오늘보다 나은 자기 자신을 소유하고자 노력한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의 힘으로 열어가는, 열어가야만 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미래가 열려있기 때문에 짐승과 달리 미래에 대한 존재적 불안(Anxiety)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이 존재적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삶의 방식을 택한다. 하나는 소유 방식이다. 소유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소유의 논리에 사로잡히면 돈뿐만 아니라 지식, 종교, 사랑마저도 소유의 수단이 되고 평안과 만족이 아니라 더 많은 소유를 갈구하게 되고 결국에는 더 심한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희망은 인간의 존재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또다른 삶의 방식이다. 희망은 기대와 다르다. 기대는 현실의 소유적 결핍, 욕구에 근거하지만 희망은 현실과 전혀 다른 미래 차원, 새로운 가치에 근거한다.

    김성재 교수가 희망의 근거를 읽고 있는 모습

    인간의 존재적 불안은 희망의 존재 방식에서만 극복될 수 있다.
    쿠마르와 화이트필드의「희망의 근거」(채인택 옮김, 메디치, 2006)라는 책은 그동안 인류가 자신들의 소유욕을 발전이란 미명으로 교묘하게 위장한 채 자행한 인간 내부로부터의 전쟁들과 자연과의 전쟁,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더욱 첨예화되는 이런 전쟁들로 인하여 21세기는 인류의 종말이 될 수도 있다는 절규에 대한 희망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인류에게 희망의 근거가 되는 100명의 선각자들을 마하트마 간디를 비롯한 40명의 사회적 선각자들, 레이첼 카슨을 비롯한 39명의 생태학적 선각자들,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21명의 영적 선각자들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편저자들은 간디를 비롯한 100인이‘창의력과 상상력과 인간복리가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활동들의 기반이 되는 전체론적 세계관을 창조하고 기획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간들’이라는 점에 근거를 두고 선정하였다.

    따라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들은 법률과 제도 등의 모든 인문 환경과 나무와 새, 물, 대기 등 모든 자연 환경,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준비과정에서 소유욕을 줄이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우리에게 희망의 근거를 제공한다.
    편저자의 말과 같이 100명의 선각자와 같이 실천하는 삶을 통하여 21세기는 평화와 생태학의 세기, 갈등이 아니라 협력의 세기, 비난이 아니라 상호존중의 세기, 그리고 지구를 끊임없이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세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의 근거를 소개하며 모든 사람이 인류를 위한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존재임을 강조하고 싶다. 장애가 있건 없건, 돈이 있건 없건, 많이 배웠던 배우지 않았건 우리는 서로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될 때 스스로 희망의 존재가 된다. 실제로 돌이켜보면 지난 20 여년간 우리 사회에서 발전되어온 장애우에 대한 정책 변화가 우리 사회를 인간다운 사회가 되게 하는 희망의 근거가 아닌가 여겨진다.


현장특수교육 제 16권 2호 여름이야기

  • 01 프롤로그
    • 표지이야기
    • 국립특수교육원 소개
  • 02 오픈칼럼
  • 03 Special Theme
  • 04 톡.톡.톡
  • 05 특별기획
  • 06 지상수업
  • 07 만들어가는 교실
  • 08 Leader & Reader
  • 09 현장투어
  • 10 차한잔을 마시며
  • 11 즐거운 학교
  • 12 Hot Click!
  • 13 월드리포트
  • 14 만나고 싶었습니다.
  • 15 연수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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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 특수교육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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