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 양산희망학교 수련 활동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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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3호
(vol. 129)
모두가 행복한 수업 2

양산희망학교 수련 활동을 다녀오다

하태우(양산희망학교 교사)

수련 활동을 기획하는 마음

새로운 시작은 설렘을 줄까 아니면 두려움을 줄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것 보다, 원래 하던 것, 안정적인 것을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학교 전체 체험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부서의 일을 맡은 나에게 ‘숙박형 체험활동 재개’ 소식은 짜릿한 설렘보다는 무거운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와 함께한 약 3년 동안 학교 차원에서 밖으로 나가 잠을 자는 형태의 교육활동이 제한되었으니, ‘숙박형 체험활동’은 용어부터가 어색하게 다가왔다. 특수학교에서 숙박형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교사들은 ‘우리 학생들이 밤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또한, 장애학생에게 적합한 협력업체를 찾는 것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작년 처음으로 2박 3일 수학여행을 추진하면서 여행사 섭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행사로서는 규모가 작으면서도 특수 조건들이 있어 살필 것이 많은 특수학교는 쉽사리 참여를 결정할 수 없다. 다행히 고마운 업체를 만나 무사히 수학여행을 마칠 수 있었지만, 특수학교에서는 적절한 업체를 찾아 숙박형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경험한 계기였다. 마지막으로, 학생을 멀리 떠나보낸 적이 없는 부모님에게 숙박형 체험활동은 아주 큰 도전이 된다. 학생의 면면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님이기에 혹시 내 아이가 바뀐 환경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그로 인해 주변 다른 친구나 선생님들이 어려워하지는 않을지 걱정하시며 “괜찮을까요?”라는 의견을 종종 주시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기에 1박 2일로 수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선생님과 학부모의 마음 준비가 필요하며, 장애학생에게 잘 맞는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경남특수교육원의 수련관을 이용하게 되어 큰 고민 없이 수련 활동을 추진할 수 있었다.

드디어 숙박형 수련 활동을 떠나다.

수련 활동을 떠나기 전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여러 번의 협의를 통해 수련 활동에 참가하는 중학교 학생들의 특징을 공유하고 지원 방안을 고민하였다. 또, 학생의 학부모님에게 연락하여 수련 활동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였다. 기왕 숙박형 수련 활동을 하기로 하였으니 다 함께 마음을 모아 행사를 잘 치러보자는 의미기도 하였다. 수련 활동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프로그램은 장애학생들에게 평소 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였고, 무엇보다 안전하고 학생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인솔 교사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수련관의 시설은 장애학생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부모님의 품을 떠나 ‘자립’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

경남특수교육원의 수련관은 장애학생을 위한 맞춤형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전하면서도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체험활동을 위해 사전답사를 갈 때 가장 우선으로 확인하는 것도 안전과 편의성인데 숙소, 프로그램을 위한 강당이나 야외 시설, 건물 내 이동을 위한 공간, 식당, 화장실 등 모든 시설이 적절하게 잘 구비되어 있어 안심하고 수련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숙소의 각 방에는 화장실, 샤워 시설, 세면 시설이 충분하게 마련되어 생활지도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고, 이동을 위한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에서 ‘무장애 환경’을 위한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건 선생님이 항상 함께하였고 추락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층마다 안전그물이 설치된 것 등이 눈에 띄었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

수련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장애학생이 체험하고 참여하기 적절하게 구성되어서 학생들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을 하고 팀원과 협동하여 과제를 해결하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수련회 선서식

팡팡퐁퐁 활동


우선, 장애학생들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하였다. 대형 퐁퐁에 타서 여러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겁을 먹고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무서움을 극복하고 퐁퐁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개인별로 다양한 기록경기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본인의 기록에 도전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태권도 발차기 활동

촛불 의식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팀원과 협력하여 과제를 해결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팀원과 힘을 모아 구호와 팀을 상징하는 깃발을 만들기도 하였고, 탐험 미션에서는 공원을 자유롭게 탐색하면서도 다른 친구와 협력하여 팀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 함께하는 장기자랑


마지막으로 주변의 친구, 선생님과 어울릴 수 있는 장기자랑 시간이 마련되어 모두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의 감미로운 노래를 감상할 수 있었고, 더불어 담임선생님들의 숨겨뒀던 댄스 실력이 공개되며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한층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도 멋진 무대를 꾸며 준 학생들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으며 마지막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는 무대에 올라간 학생들도, 무대가 비좁아 아쉽게 올라가지 못한 학생들도 한마음으로 신나게 즐기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자립을 경험한 1박 2일의 시간

학생들에게도 부모님의 품을 떠나 1박 2일을 보내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OO이는 한숨도 안 자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어요!” 라든지 “아이고 그 학생은 밥을 그렇게 적게 먹지 않는데, 좀 불안해서 그런가?”라고 이야기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그래도 선생님들의 걱정보다는 의젓한 우리 학생들이었다. 생각보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씻고, 잘 자는 모습에서 지금까지 거쳐 간 수많은 손길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부모님 품을 떠나 하루를 보낸 경험은 학생들에게 자립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수료식 때의 학생들은 전날보다 한층 더 자라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무사히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해준 경상남도특수교육원 수련원의 선생님과 양산희망학교의 교육 가족들, 그리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수련 활동을 마치며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의 명대사로 지금껏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구절이다. 장애 자녀를 보호하면서도 아이에게 적대적인 세상을 향해 어머니가 내던진 말, 그 속에는 무엇보다 아이를 향한 어머니의 강한 모성애가 담겼을 것이다. 수련 활동을 되돌아보며 나 스스로가 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장애가 있으니 밖에서 자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나, 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최대한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곳을 체험활동 장소로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던졌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의 걱정보다는 훨씬 더 준비된 학생들이었는데, 형식적인 걱정으로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련 활동에서 봤던 우리 학생들의 밝은 미소와 자유로운 모습을 잘 지켜주자고 다짐해 본다.
이렇게 해 보세요
  • 수련 활동을 준비할 때 가정과 많이 소통하세요. 학생이 수련 활동에 참여하도록 보호자에게 독려하되 가정에서 학생의 특성이나 돌발행동 등에 대해 미리 정보를 얻고 다 같이 공유하면 수련 활동 시 큰 도움이 됩니다. 가정과 신뢰감이 두터워지는 것은 보너스!
  • ‌수련원과 프로그램 등 일정을 협의할 때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것보다는, 프로그램 사이에 공백을 두고 휴식 시간을 확보해 주세요. 프로그램 수가 적더라도 여유를 갖는 것이 안전하고 즐거운 체험활동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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