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푸르고 청명한,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입니다. 특수교육 가족 여러분께 ‘현장특수교육’의 지면을 통해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특수교육 현장에서 애쓰시는 선생님들께는 마음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학교 현장의 혁신을 도모하고 국가의 교육 정책을 연구하기 위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1972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교육 분야의 국책 연구기관으로는 최고의 기관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여러 교육 분야를 종합적으로 연구하였습니다. 약 25년 전 한국교육개발원의 기능이 분화되기 전에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특수교육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연구 영역들이 전문화되고 분화되면서 특수교육 연구를 지속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원에서 특수교육 분야를 주로 연구하셨던 박사님이 국립특수교육원장으로 부임하신 적이 있어 특수교육 분야에 더 친근감을 느낍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복지정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상황이나 학교에서의 여러 지원과 대응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은 선천적 장애, 불의의 사고, 어려운 상황, 불리한 조건을 고려하여 적합한 지원을 통해 사회 적응력을 키워준다는 목표를 지닌다는 큰 틀에서 교육복지 정책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특수교육은 장애를 지닌 학생들을 위한 개별화교육을 제공하며, 동시에 비장애학생과 더불어 함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통합교육을 지향합니다.
저는 감동적인 통합교육 현장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원장이 되기 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오랫동안 연구자로 지내며 학교를 방문하여 선생님들과 인터뷰하거나 교실 수업을 관찰할 기회가 제법 많은 편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방문한 학교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교실과 선생님이 있습니다. 경기도 외곽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지원 인력과 함께 특수교육대상학생이 교실 수업을 함께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수업 관찰 중 또래에 비해 몸집이 큰 한 학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으나 학생들은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별로 동요하지 않았고 지원인력이 그 학생을 데리고 복도로 나가 한동안 진정시킨 후 다시 함께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수업을 마친 후 담임 교사에게 “선생님, 힘드시지요?”라고 말을 건네니 젊은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환한 얼굴로 “그 아이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데요.”라고 답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선생님은 통합교육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앞으로 같이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를 미리 경험하게 되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며, 또 필요할 때 특수교육대상학생을 도와 자연스럽게 친절과 배려를 실행하고 익히게 되어 참으로 좋다는 것입니다. 통합교육의 취지가 이렇게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다음의 여러 요인 등이 결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통합학급 교사는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것을 구현하는 실행력이 있다는 점에서 전문적 태도가 중요합니다.
둘째, 지원인력의 존재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의 지원인력 못지않게 일반학급 내 지원 인력도 증원하여야 할 것입니다.
셋째, 뜻깊은 통합교육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도 중요할 것입니다. 학교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부모들은 편견을 극복하고 자기 자식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아이들을 함께 바라보는 사회적 부모의 관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특수교육이 특수교육대상자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만 본다면 지향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수교육이란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지 이들만을 별도로 구획 지어 교육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가 서로 기대고 있는 형상인 것은 사람의, 삶의 본성을 잘 드러냅니다. 서로 기대어 더불어 지내는 것입니다.
종종 장애학생과 특수학교 설립 문제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주민에 관한 기사, 장애학생이 제대로 된 특수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학부모의 하소연에 관한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특수교사들의 교권 침해에 관한 기사까지 더해져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우리 삶 속에서 서로 정성스럽게 환대하는 것이 서로를 고양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사회 제도나 구성원들의 인식에 잘 자리 잡은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