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여기 - 마음속에 영원히 반짝이며 빛날 첫 학교에서의 첫 학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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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3호
(vol. 129)
우리 함께 여기

마음속에 영원히 반짝이며 빛날 첫 학교에서의
첫 학기 이야기

지 영(성주초등학교 교사)

첫 발령, 첫 학교, 첫 만남의 설레임

나는 전공과 무관하게 꼭 하고 싶었고, 꼭 해야 했던 일을 10년 정도하고, 남들보다 조금 늦게 임용 공부를 시작하여 특수교사가 되었다. 한 번 더 새내기 시절을 겪는다는 것이 설레었지만 두렵기도 했다. 2월 중순이 되니 첫 발령지, 첫 학교, 그곳에서 만날 선생님들까지 감춰져 있던 베일이 하나둘씩 벗겨지기 시작했고, 두근거림이 커졌다. 그러나 만날 학생들만 생각하면 두근거림보다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학생들이 혹여나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특수학급 선생님이 바뀐 것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쩌지?’
드디어 3월 2일. 환한 웃음으로 새로 온 나를 환영해 주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니 염려하고 걱정했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학생들과 함께할 모든 나날이 기대되었다.

두근두근 첫 학교, 첫 제자들과의 만남


“얘들아, 선생님이 이 학교에 있는 동안 모든 날 모든 순간 늘 함께하자."
학생들을 맞이하고 난 두근거림도 잠시. 나이스 인증서를 받고 나니 해야 할 업무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졌다. 통합학급 적응 기간 계획, 특수교육 운영 계획, 개별화교육지원팀 구성 및 운영 계획, 개별화교육지원팀 기초조사서와 가정통신문, 개별화교육계획 등등. 3월 한 달 동안 상신해야 할 기안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든 것이 다 서툴고 오래 걸렸다. 특히나 학생들의 학업적, 생활적 특성을 알아가면서 계획을 수립해야 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발령 동기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날마다 노트북을 들고 함께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함께 모여 일하니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완성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개별화 교육계획도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모일 때마다 학급 운영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장애공감 교육주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교직원 연수는 어떻게 할 건지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어느덧 우리의 모임은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되어있었다.

교직원 대상 장애인식개선 연수

교직원 대상 장애인식개선 연수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한참을 고민하다 교직원들이 지루하지 않게 꼭 알아야 하는 내용, 헷갈리는 내용을 담아 퀴즈 형식으로 만들고 같이 풀면서 정답을 해설하는 형식으로 연수를 진행하기로 계획했다. 퀴즈를 많이 맞히는 교직원에게는 상품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상품을 준비하였고, 교직원들도 경쟁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퀴즈를 풀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신규로서 선배 교직원들에게 문제를 내고 등수를 매긴 꼴이 되었지만, 이것 또한 멋도 모르는 신규였기에 가능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교직원 장애인식개선 연수를 해야 할까?

장애인식개선 연수


학생들에게 꼭 맞는 교육을 위해 통합학급교사와 함께

특수교육대생학생들이 통합교육을 누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특수교사와 통합학급교사의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의 호흡이 잘 맞아야 자녀가 잘 자라듯이 특수교사와 통합학급교사의 친밀함과 장단이 잘 맞는 호흡이 있어야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짜고, 협의회에 충실히 참석하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도 가지면서 어느덧 선생님들과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십 년 정도 다른 일을 하고 첫 발령을 받아 학교에 오니 통합학급 선생님들의 나이와 얼추 비슷했다. 물론 경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 나이가 비슷해서 그랬던 걸까? 너무나도 좋은 분들이어서 그런걸까? 감사하게도 통합학급 선생님들과 생각보다 빠르게 가까워지고 친밀해질 수 있었다.

함께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온전해지는 체험활동

특수학급은 총 6명 중 5명이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들이라 지원인력 1인만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지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체험활동 시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교무부장님께 체험활동 시 한 학생과 함께 다녀 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다행히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체험활동 당일 하루 동안 부장님과 학생이 얼마나 친해졌는지, 다음날 학교에서 부장님을 만나자마자 밝게 인사하면서 저와 잡은 손을 뿌리치고 부장님 손을 잡았다. 그 친구에게는 “선생님 섭섭한 걸?”이라고 장난치며 이야기 했지만, 학생의 학교 안 사회적 관계와 친밀함이 조금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 것 같아, 속으론 내심 뿌듯하고 기뻤다.
​교무부장님과 함께 체험활동을 다녀온 후로 이 친구는 교무부장님이 계신 교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꼭 한 번씩 들러서 간식도 받아오고, 부장님도 이 친구와 인사할 때면 팔을 크게 벌려 꽉 안아 인사해 주시는데 이 모습을 보면 그저 뿌듯하고 입가엔 은은하게 미소가 지어진다.

안전조끼 입고 완강기 체험


교무부장님과 학생들


책임감과 규칙을 배우기 위해 특수학급에서도 1인 1역할을 실시하였고 서로 협력하며
돕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멘토-멘티와 마니또를 운영했다. 마니또 운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학생들을 돌보고 챙겨주기 시작했고,
아주 가끔은 학생들이 자신의 할 일을 넘어 다른 친구들이 해야 할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또 체험활동 장소에서 안전조끼를 입어야 했는데 자폐성 장애학생이 조끼를 입지 않겠다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안전조끼를 입지 않으면 안전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없고, 참여하지 않을 거면 다시 학교로 걸어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차로 1시간 이상 거리를 진짜 걸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난감해하고 있던 이때, 통합학급 담임선생님께서 3학년 학생들 안전조끼를 다 배부하고 등장하셨다.
“저 완강기 안전체험 보이지? 안전조끼 안 입으면 완강기 체험 할 수 없대.” 이 구체적이고 단순한 한 마디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안전조끼를 입고 완강기 체험 장소로 총총총 뛰어가던 학생의 뒷모습과 선생님의 모습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체험활동 중 기념품 가게에서 모자란 돈으로 자기가 가지고픈 인형을 꼭 사야겠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학생의 지도를 적극 맡아주셨던 통합학급 선생님, 여자이기에 들어갈 수 없는 공용 남자 화장실에서 대변 실수를 한 학생의 뒤처리를 묵묵히 해주신 선생님까지 함께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체험활동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따로 또 같이, 나만의 특색으로 특수학급 운영하기

통합교육도 중요하지만, 특수학급에서의 생활도 중요하기에 잘 운영해 보고 싶었다. 특수학급에서의 반장, 멘토-멘티 활동, 마니또 활동, 온책읽기, 원예 수업 등 특수학급만의 특색교육 활동을 통해 규칙과 책임감뿐만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리고 특수학급 회식을 추진했다. 특수교사인 나와 특수교육 지원인력, 그리고 시간제 봉사자까지 함께 모여 따뜻하고 든든한 밥 한 끼를 먹으며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고 나보다 학생들을 더 오래 봐오신 지원인력과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규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교육 방법과 크고 작은 결정을 지지해 주시며 따라와 주셨던 지원인력과 자원봉사자에게 참으로 감사하다.
특수학급에서 모이는 첫 시간에 학생들이 궁금해할 새로운 특수학급 선생님인 나를 소개했다. 여러 사진과 마인드 맵으로 나를 소개했고, 학생들은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이나 마인드맵을 그려 선생님을 다시 친구들에게 소개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특수학급 반장과 마니또, 멘토-멘티를 정했다. 자원과 추천을 통해 세 명의 반장 후보가 있었고, 이들의 공약은 참 재미있고 참신했다.

“제가 반장이 된다면 춤을 추겠습니다.”
“제가 반장이 된다면 워터파크를 함께 가고 준비운동을 철저하게 하겠습니다.”
“제가 반장이 되면 디폼블럭을 만들어 모두에게 선물 하겠습니다.”

아슬아슬하게 한 표 차이로 춤을 추겠다는 학생이 반장이 되었고, 반주를 틀어준다고 했지만 자기는 무반주로 춤추는 게 더 편하다며 무반주로 춤을 추었다. 공약은 공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한다고 지도했는데, 다행인 걸까?
특수학급 학생들 모두를 워터파크로 데려가겠다던 반장 후보는 한 표 차이로 떨어지게 되어 많은 학생의 아쉬움을 샀다. 책임감과 규칙을 배우기 위해 특수학급에서도 1인 1역할을 실시하였고 서로 협력하며 돕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멘토-멘티와 마니또를 운영했다. 마니또 운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학생들을 돌보고 챙겨주기 시작했고, 아주 가끔은 학생들이 자신의 할 일을 넘어 다른 친구들이 해야 할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2학기엔 이 시간을 온책읽기에 더욱 집중하려 한다. 이 시간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다양한 세상을 책으로 경험하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더 알게 될 학생들이 벌써 기대된다. 그리고 내년에도 우리 학급만의 자율 특색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이다.

1인 1역할 구피키우기


클래식 음악과 함께하는 원예 수업

특수교사가 성장하니 학생들은 폭풍 성장을 한다.

서투르지만 나와 함께 해주시는 선생님들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다 보니, 나도 성장하고 있었고 더디 자라는 것만 같았던 학생들도 눈에 띄게 성장했던 한 학기였다. 이젠 지원인력이 없어도 통합학급에서 착석이 잘 유지되고, 학기 초와 비교하여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였다.
또 통합학급에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떼쓰던 친구가 스스로 타이머를 맞춰 특수학급에서는 딱 3분만 쉬고 통합학급으로 돌아가고, 소변기 물소리가 무서워 혼자 소변을 보지 못하던 친구가 한 손으로 귀를 살짝 막으며 용기 내어 혼자 볼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4+4=44라는 덧셈 오류를 보이던 친구가 이어 세기로 간단한 덧셈을 할 수 있고, 시계를 못 읽던 친구가 시계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보호자, 통합학급 교사, 지원인력, 통합학급 친구들 등 무수한 사람들의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학생들을 위해서 더 부지런히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학기엔 특수교사로서 좀 더 전문적인 성장을 하고 싶다. 1학기 때는 많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뜻밖의 성장을 경험했지만, 이번 학기에는 나의 성장을 위해서, 또 나의 성장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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