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의원님의 국회 대정부질문이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 소회가 어떠신가요?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언론이나 미디어는 주로 현재 쟁점이 되는 이슈들을 다루기 마련인데 저의 발언은 그 당시 쟁점이 되는 이슈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3년 내내 다뤄오던 장애와 관련된 이슈들이었기 때문에 주목받지는 못할 것이지만 주목받기 위해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내가 할 일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고 인정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장애인 수가 대략 263만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타 집단에 비해서 소수집단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정치적으로 부각 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는데 대정부질문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장애인 정책과 관련하여 어떻게 발전해 가야 할지에 대한 관심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평소 어떻게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고 있으신가요?
의원실에 있으면 많은 민원 전화가 옵니다. 그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냅니다. 실제로 저는 제가 속한 집단을 대변하는 사람이자 지금까지 잘 대변되지 못했던 집단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배, 동료, 후배 등 많은 장애인 당사자와 각종 단체, 장애인 부모님과 교류하고 있으며, SNS 등을 통해서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목소리로만 현장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체에서 하는 포럼이나 컨퍼런스 등에 참가하면서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법안을 입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법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은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를 수집하여 보도 자료를 내고 소통하면서 더 나은 사회적 협의를 끌어낸 후에 입안하기도 합니다. 가능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현장특수교육 이번 호의 주제가 「장애학생의 체험활동」 인데요. 이와 관련하여 의원님께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하셨는데 이 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21년 8월에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고 11월에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이 되었으며, 지금 계류 중입니다. 이 법에는 공공건물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에 편의시설을 설치하게 되어 있지만 문화재 내에 매표소나 관람을 위한 부대시설은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매표조차 할 수 없는 때도 있어 문화재 관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문화재 내 부대시설까지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으로 포함한다면 장애인들의 관람 편의를 위한 준비 작업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올해 5월에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6월에 상정되어 현재 계류 중입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설치ㆍ운영할 때 장애인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형 및 정도, 성별 등의 특성에 따른 적정한 편의와 문화 향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장애인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이 시각장애, 청각장애,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전시 감상 프로그램과 수어 통역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시범적인 기획 사업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의 문화 향유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제공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재 장애인 문화 향유 관련 교재ㆍ교구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자료들은 단순히 장애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장애학생, 노약자, 외국인 관광객들도 활용할 수 있어 다각도로 좋은 영향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설전시실인 '오감'에 미리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법안은 통과되고, 시행령이 개정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제도나 인식의 전환을 통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법안을 챙기는 것 외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관련 기관장들과 소통하고 직접 다녀오기도 하며, 장애 당사자로서 조언도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갔을 때 무엇이 변했는지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러한 법안을 근거로 장애학생들의 체험활동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장애학생 삶의 질 향상과 특수교육 발전을 위해 국회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진정한 교육은 교사와 학생, 행정가, 지원인력 등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수교육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대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교사가 여러 명의 학생을 담당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특수교사의 배치 기준을 높이기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 입안 의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가 필요에 따라 적절히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서비스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지원인력 배치 입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만큼 지원인력의 자격 기준 마련과 역량 강화 방안 등을 입법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이 있는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상의 문제로 의료적인 지원 또한 필요합니다. 근거리에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어야 하고, 의료진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하나, 의료적 공백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입법적 방안을 마련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년간의 의정 활동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제가 발의한 법안이 현장에 적용되는 사례들을 봤을 때입니다. 제가 지적했던 부분에 대한 예산 편성,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하는 배리어프리 전시와 같은 관람 문화의 변화, 의약품이나 식품에 점자 표기 또는 수어 변환용 바코드가 생기는 것 등입니다. 의약품 점자 표기는 법안이 통과 됐지만 시행일이 아직 다가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민간 기업들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끼고 입법부에 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지인들이나 국민께서 변화된 부분에 만족하며 칭찬해 주시는 그런 순간들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의원님의 목표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개선이라는 말보다 전환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도 음악과 강연을 통해서 어떤 가치관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다양성을 알리는 일을 했었는데 직업이 바뀌었지만 저는 이 자리에서도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자리에 있든지 간에 계속해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관점을 바꾼다는 것은 어렵고 더딘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