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 독일 특수교육과 디지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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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1호
(vol. 127)
월드리포트 1

독일 특수교육과 디지털 기술 독일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민세리(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재활특수교육학 박사과정)

독일 교육정책과 교육 현장이 던지는 시사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독일 교육의 디지털화는 매우 느긋한 ‘선택’의 문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선택’은 ‘필수’가 되어 버렸다. IT강국인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독일 교육 현장은 디지털 기술 및 인프라면에서 아직도 많이 뒤쳐진 게 사실이기에, 특수교육 속 디지털 기술과 관련해 우리가 독일을 통해 과연 배울 점이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독일 교육정책과 교육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에 시사점을 던지는, 어쩌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학교 디지털 협정(Digitalpakt Schule) 사업 추진

첫째, 독일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학교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확장을 목표로 ‘학교 디지털 협정(Digitalpakt Schule)’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연방정부는 이 사업에 무려 65억 유로(한화로 약 9조원)를 투자하였고, 주정부는 각 연방주에 할당된 예산을 바탕으로 특수학교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학교에 디지털 기기 보급, 디지털 기술 관리, 디지털 교육자료 개발, 교사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의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나아가 몇몇 연방주 또는 모든 연방주가 연대한 가운데 디지털 교육 클라우드,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데이터뱅크와 교수·학습 플랫폼 등을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인프라가 낙후했던 특수학교들은 ‘학교 디지털 협정’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주요 언론사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 제공

둘째, 독일은 흥미롭게도 주요 언론사들이 적극 나서서 다채로운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제1공영 방송사 ARD는 지역 공영방송사들과 연합하여 플라넷 슐레 (Planet Schule)라는 교육용 사이트를 구축하였고, 제2공영방송사 ZDF는 단독으로 쩨데에프 로고(ZDF Logo)라는 교육용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 사이트는 교과별 학년별로 각종 교육자료(영상, 오디오, 학습지, 교육용 게임)를 제공하고, 장애 학생을 고려하여 수어와 자막을 지원하기도 한다. 회원가입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검색 및 사용 방식도 간단하며, 전문가들의 학술 검증을 거친 교육 콘텐츠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독일 라디오(Deutschlandfunk)는 쾰른 기술대학교와 연합하여 나흐리흐텐 라이히트(nachrichtenleicht)라는 뉴스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의 뉴스를 쉬운 언어1) (텍스트와 오디오 형태로)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는 실제 특수교육 현장에서 수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사들이 연합하여 제공하는 학습 플랫폼 Planet Schule(왼쪽),
ZDF Logo(오른쪽), ZDF Logo 교육방송에서 수어가 제공되는 화면 예시(하단)
LernBAR 프로젝트에 참가한 장애학생들의 직업훈련 모습

장애학생 대상 직업교육 훈련에 디지털 기술 접목_레른바 프로젝트

셋째, 체계적인 직업교육시스템이 발달한 독일에는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교육 훈련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레른바(LernBAR) 프로젝트가 있다. LernBAR 프로젝트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교육 훈련의 효과를 검증 하고자 도르트문트 기술대학교와 장애인작업장, 장애인 직업 훈련교육기관, 장애인복지기구가 협력하여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학습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연구진들이 개발한 가정·가사(Hauswirtschaft) 분야의 커리큘럼에 맞추어, AR (증강현실)기술을 기반으로 한 홀로 렌즈(Holo Lens)와 태블릿 PC 그리고 디지털 교육플랫폼을 활용하여 직업교육 훈련을 받았다.

LernBAR 직업교육 훈련 프로그램은 디지털 교육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교육방식이 결합한 형태로, 교육 플랫폼에는 다양한 온라인 코스가 제공되었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는 증강현실기술 기반 학습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LernBAR프로젝트팀이 개발한 가정·가사 분야 직업훈련 학습플랫폼의 교육 분야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애학생을 사회 안으로 이끄는 직업교육에 주력

이상 살펴본 독일의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물론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학교 디지털 협약 사업의 경우 더딘 행정처리 탓에 아직까지도 디지털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학교가 많은 실정이다. 설령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었다 하더라도 수리·정비 관련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교사들의 디지털 역량도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어 독일 학교의 디지털화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독일은 장애 유형 및 특성에 맞춘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별도로 개발하기보다는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 모두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교육 환경 및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쉬운 언어를 통해 언어능력에 제약이 있는 장애학생들에게도 사회 다방면의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데 매진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업교육 훈련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직업교육의 질을 한층 더 높이려는 독일의 노력에서 우리는 이러한 직업교육이 단순한 직무훈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졸업 후 취업으로 연결된다는 점과 안정적인 교육-취업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점을 배워야 한다.

LernBAR 직업훈련 학습플랫폼의 메인 화면 일부 모습(상단)과
초코머핀 만들기 교육 내용 예시(하단)


  • 쉬운 언어(Leichte Sprache)는 학습장애와 지적장애 등의 이유로 언어적 이해와 표현능력이 제한된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된 언어이다.
참고자료
  • https://www.digitalpaktschule.de/de/digitalpakt-1699.html
  • https://www.bmbf.de/bmbf/de/home/_documents/das-sollten-sie-jetztwissen.html
  • http://lernbar.fk13.tu-dortmund.de
  • https://www.nachrichtenleicht.de/
  • https://www.planet-schule.de/index.html, https://www.zdf.de/kinder/logo : 사진1
  • http://lernbar.fk13.tu-dortmund.de : 사진2
  • http://lernbar.fk13.tu-dortmund.de : 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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