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인:터뷰 - 정의가 살아있는 따뜻한 사회를 꿈꾸다 권일용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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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1호
(vol. 127)
人인:터뷰

정의가 살아있는
따뜻한 사회를 꿈꾸다 권일용 프로파일러

편집부 사진 제공_©뉴시스
현장특수교육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로파일러 권일용입니다.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뵙게 되어서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마음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면서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고 계시는 것 같은데 「현장특수교육」 독자들에게 근황을 알려 주시겠어요?
저는 1989년에 경찰에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퇴직했는데, 정년퇴임을 한 것이 아니고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즉, 스스로 은퇴를 결정하고 퇴직원을 제출한 것입니다. 당시 경찰청장이나 동료들이 좀 더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랐지만 저는 이미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 있었고 충분히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퇴직을 하면서 저는 현직에서 알게 된 범죄자들의 심리와 범죄의 유형을 방송이나 강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잘 전달하고 이런 범죄로부터 우리가 서로를 보호하는 데 어떤 준비들을 해야 하는지 공유하는 것이 앞으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용감한 형사들’, ‘디스커버리 채널 풀어파일러(범죄퀴즈를 푸는 형식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방송과 다양한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변화하는 현대사회 범죄유형과 예방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경찰로서 명예퇴직 후 강의,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공직 생활과 지금의 생활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저의 현직 경찰로서의 삶은 늘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였습니다. 수많은 사건 현장에 새벽마다 출동하는 일이 많았고, 지방에서 사건이 발생하여 수사본부가 설치되면 출장을 가서 수사를 지원하는 일들이 거의 매일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제 개인의 삶을 이어가는 가치를 찾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노력과 평소 소홀했던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소통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담당했던 사건 중에 장애인과 관련하여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을까요?
대구에서 발생했던 사건 중, 한 아버지가 14세의 지적장애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 아버지는 장거리 운송업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느라 아이는 며칠씩 혼자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아버지가 일을 나간 사이 두 명의 남성이 아버지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왔다가 혼자 있던 아이를 폭행하고 이 과정에서 자기들도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던 중 한 명이 그 자리에서 다른 한 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결국 알지도 못하는 시신과 며칠 동안 아버지가 올 때까지 한 방에서 자고 먹고 지내고 있었던 사건이었는데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주변 사람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나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을 알았다면 아이가 시신과 함께 지내는 끔찍한 일을 겪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 _ ©일요신문


2022년에는 국립특수교육원의 장애공감문화 조성 과정 연수에서 강의를 해 주셨는데요. 당시에 느꼈던 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연수에 참여하시는 선생님들 모두 강연자와 뭔가 하나라도 더 소통하고 업무에 활용하고자 열정적으로 노력하시는 모습을 뵈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교육 현장에 계시면서도 밝은 모습과 따뜻한 말씀을 나누시는 것을 보면서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세상은 누가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만 주변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이 종종 언론에 보도됩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범죄 예방 방안이 있을까요?
범죄피해자는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이버상에서 교묘하게 일어나는 가스라이팅 1) 이나 그루밍 성범죄 2) 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 상대방의 어떤 비정상적인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부모와 학교에서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발맞추어 다양한 디지털 교육 환경이 구축되고 있으며, 장애 학생들도 디지털 환경 안에서 많은 정보를 찾아 활용하고 있는데요, 프로파일러로서 안전하게 디지털 환경을 이용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장애 학생과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디지털 상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첫 번째가 개인정보의 수집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정보 유출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고 특히, 개인정보는 성명, 주민번호, 거주지뿐만 아니라 사소한 개인의 일상이나 모든 정보들이 포함된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장특수교육」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 주세요.
어렵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선생님과 가족 모두 마음의 평화가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누구도 차별 받지 않아야 하고 누구도 그로 인해 마음이 아프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외롭고 힘든 길을 저도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 가스라이팅: 심리적 조작을 통해 타인 마음에 스스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
  • 그루밍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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