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 빛깔 놀이터에서 오감으로 놀이하며 자라는 처음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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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4호
(vol. 130)
모두가 행복한 수업 4

빛깔 놀이터에서 오감으로
놀이하며 자라는 처음 교육

송지현(군포의왕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조민경(안산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고민의 시작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영아학급 담당교사로 발령받은 후 장애영아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 가정에서의 순회교육도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학부모를 포함한 가족들이 나를 지켜보거나, 영아의 가족과 함께하는 수업으로 인해 초임 교사가 아님에도 나는 매 수업 시간이 긴장되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수업 준비에 할애하였다. 개별 영아의 발달 특성과 스케줄을 고려해야 했고, 낮잠이나 투정, 질병과 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해야 했다. 영아학급 교사로서의 생활은 유치원 특수학급 교사의 경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영아학급의 현실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시행 후 현재까지 특수학교와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영아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영아 교육을 위한 연구와 교육활동 자료집이 출간되었지만,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미흡하다. 또한 ‘2022 개정 특수교육교육과정 총론 개발 연구’에서 초점집단 참여자들은 장애영아의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 재구성과 운영을 위해서 장애영아를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 개발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2022 개정 특수교육교육과정’에는 장애영아 교육과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못하였다.
현재 장애영아를 위한 교육과정은 비장애영아를 위한 교육과정에 근간을 두고 ‘학급수준의 교육과정’과 ‘생활주제 중심의 통합 교육과정’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의 정도와 유형, 특성, 발달 수준이 다양한 장애영아의 개별적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교재와 교구의 선택, 특히 놀이 활동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놀이 활동 시 개별 장애영아의 수준과 장애 유형 및 특성에 적합한 수업자료나 놀잇감을 찾기 어려워 교사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교재와 교구를 개발한다. 그러나 개별 장애영아의 요구와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견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빛깔 놀이터에서 오감을 찾다

피아제 이론에 따르면 0~2세의 감각운동기는 영아가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결정적 단계이다. 이 시기에 색깔, 소리, 모양 등 시각, 촉각과 같은 다양한 감각적 경험과 여러 가지 신체적 동작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 영아의 발달을 가장 효과적으로 촉진한다. 놀이는 이러한 감각발달을 촉진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며, 오감을 활용한 놀이는 영아가 주변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색은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후 2~3개월부터 영아는 색 구별을 시작하며, 이는 다양한 자연적 환경, 음식, 책, 놀잇감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색은 영유아의 인지, 정서, 창의력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미지를 통해 맛이나 향을 연상하거나 심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아기에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인 눈, 코, 입, 귀, 피부를 통하여 외부의 자극을 경험하고 감각을 활용하여 사물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듣고, 촉감을 느끼며 배우게 된다. 장애 및 장애위험 영아들은 다양한 감각경험의 부족과 감각통합의 문제로 인해 감각에 민감 또는 둔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어려움은 신체, 언어, 인지, 사회·정서 등의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장애 및 장애위험 영아들에게는 특별한 감각경험과 교육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영아기의 중요한 과업은 발달 영역을 통합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장애영아의 발달도 전형적인 발달을 보이는 영아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장애영아들을 위한 조기중재에 있어서 발달 영역을 통합하고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빛깔(색)과 오감놀이를 모티브로 교육과정을 설계하였고 영아들을 위한 교육활동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업재료와 놀잇감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빛깔 놀이터에서 오감으로 자라는 처음 교육”이라는 주제로 장애영아를 위한 교육활동을 실시하게 되었다.

빛깔 놀이터를 만들다

빛깔(색깔) 놀이터는 장애영아가 처음 경험하는 교육에 신체, 인지, 의사소통, 사회·정서, 적응행동 등의 발달 영역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촉진할 수 있도록 오감을 활용한 놀이 활동과 교재교구를 포함한 환경을 의미한다.
빛깔 놀이터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의 색이 변하는 현상과 환경을 놀이를 통해 인지하고,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영아의 성장 발달을 도모하는 월별 대표적인 색을 주제로 구성된다.


빛깔 놀이터에서 놀이하기 위해서는 빛깔 도르래가 필요하다. ‘도르래’란 작은 힘으로 큰 물체를 들어올리기 위한 도구 이자 ‘장난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순우리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도르래’를 영아들의 성장 발달을 견인할 수 있는 놀잇감으로 명명하고 매월 구성되는 빛깔 놀이터에 활용하기 위해 찾아보고 필요시 제작하였다. 제작에 사용한 재료들은 영아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여 인체에 무해한 재료들로 선별하였다.

빛깔 놀이터에서 오감으로 자라다

빛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놀이계획을 작성하고 빛깔 도르래를 찾아 영아들과 놀이했다. 다음은 여러 빛깔의 놀이터 중 초록 놀이터 이야기이다.

초록 브레인스토밍


5월 놀이계획 중 일부


초록 놀이터 이야기


1차시에서 생쑥과 건쑥의 탐색을 통해 모양, 냄새, 촉감의 차이를 경험해 보았다.
2차시에서는 쑥 냄새가 나는 젤리를 활용한 놀이에 참여하면서 쑥의 냄새와 젤리의 촉감을 동시에 느껴보았다. 쑥 냄새가 익숙하지 않은 영아들은 표정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젤리의 촉감을 거부하여 우는 영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영아는 젤리의 촉감을 즐기며 놀이에 참여하였으며 젤리의 촉감과 함께 쑥의 냄새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3차시에는 건쑥을 체에 문질러 쑥가루를 만들고 쌀가루와 쑥가루를 섞어 쑥설기를 만들면서 두 가루의 촉감을 비교 경험하였다. 놀이를 통해 쑥 냄새에 익숙해진 덕분인지 쑥설기를 맛있게 먹는 영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쑥이 가루로 변하는 것을 관찰한 영아는 쌀가루를 체에 넣어 손으로 비비고, 체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을 반복하며 변화를 관찰하였다. 이러한 놀이를 통해 영아들은 후각, 촉감, 미각, 시각의 오감 요소를 경험할 수 있었다.

빛깔 놀이터에서 얻다

우리가 빛깔 놀이터를 실행하면서 얻은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같은 주제, 같은 활동, 다른 교수 목적 및 교수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수립하되 표준보육과정의 연령별 내용이 장애영아별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였다. 그 결과 개별 장애영아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고, 교사 측면에서도 전년도에 비하여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둘째 비장애영아의 발달단계와 특성을 반영하고, 교육내용 간의 계열성, 계속성, 통합성을 고려한 활동을 개발하였다. 4월의 첫 시간에 탐색한 노란색 놀잇감들을 한 달 동안 반복 탐색하고 놀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하고, 새로운 오감놀이 활동들을 제시하였다. 오감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활동에 장애영아의 개별화가족지원계획의 장·단기교육목표가 삽입되고, 매월, 매주, 매수업 시간이 연결되도록 지속적이며 통합적으로 교육내용을 구성하였다.
셋째 영아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하고 자주, 반복적으로 접할 수 있는 사물들로 구성된 놀잇감을 발견하고 수업에 활용하였다. 개별 영아들을 위한 놀이활동 계획 시 제일 힘들었던 것이 놀잇감의 선택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놀잇감들은 비장애영아들의 발달에 맞춘 놀잇감들이 많았고 학급 놀잇감들 중 일부는 유아들을 위한 놀잇감이었다. 그래서 놀이활동 계획 시 일상생활에서 구하기 쉽고 영아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지퍼백의 변신

새로운 놀이터를 제안하다

우리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우리가 만든 교육과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개별적 요구를 지닌 장애영아와 그 가족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작한 교육과정인데 실상 교사인 우리가 더 신나서 교육과정과 활동을 계획하며 필요한 놀잇감을 찾고, 만들고 있었다. ‘우리의 즐거움 만큼 영아들도 즐거운가? 우리만 즐거운가? 그러면 이것은 교사를 위한 교육과정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누군가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가 영아들과의 활동을 위해 즐겁게 준비하고 영아와 가족이 즐겁게 참여했지 않아? 수업을 하는 교사가 즐거워서 긍정의 에너지가 영아와 가족에게 전달되는 것이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교사와 영아가 수업시간에 한 놀이를 가족이 영아와 해보고, 영아에 대한 것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영아-가족-교사 우리는 교육공동체이다. 교육과정은 이렇게 교육공동체가 즐겁고 행복하게 함께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져야 할 것이다.
“빛깔 놀이터”를 운영하며 영아들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함께 자라게 되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교육과정과 놀잇감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빛깔”을 주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매월의 활동이 주제색으로 제한되는 한계는 있었지만, 새로운 놀이터를 구성할 수 있는 소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노란색을 떠올리면 봄이, 파란색은 여름이 연상되듯이 오감놀이 재료에서 발견한 색이 계절을 연상시키면 “계절 놀이터”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오감놀이 재료를 주제로 하여 다양한 활동을 구상할 수도 있다.
영아의 발달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영아들을 관찰하고 영아의 관심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의 모든 것들이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의 소재가 될 수 있기에 장애영아의 특별한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놀잇감 찾기가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교육과정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파랑 놀이터 활동

이렇게 해 보세요
  • 영아기는 다양하게 탐색하며 경험을 쌓아가는 시기 예요. 다양한 재료로 여러 가지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세요. 오감을 느끼며 쑥쑥 자랄 거예요.
  •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상 생활용품이나 식재료 등 모든 것들이 영아들의 발달을 돕는 놀잇감이 되지요. 놀이 활동에서 사용하는 놀잇감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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