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안테나 - 장애인을 위한 코딩 악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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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4호
(vol. 130)
교육 안테나

장애인을 위한
코딩 악기 제작

신승진(학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코딩 악기를 제작하게 된 계기

2022년, 울산에서 퓨전 악기와 퍼포먼스의 선두 주자인 뮤직팩토리딜라잇과 울산남구청소년진로직업체험센터가 손을 맞잡았다. 두 기관은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고등학생들에게 장애인을 위한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깨우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와 10여 명의 학생들은 그들의 젊음과 열정으로 1년 동안 장애인들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였다. 우리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며, 문화예술 분야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장애인들이 문화예술 콘텐츠에 참여하는 데 있어 어떤 장벽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깊이 깨달았다.

코딩 악기 제작 프로젝트 시작!

이 프로젝트의 성과와 경험이 주는 여운은 2023년에도 계속되었다. 학성여고에 근무하고 있는 나는 전년도의 성공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학성여고, 성신고, 매곡고, 신정고, 무룡고 등 15명의 울산 고등학생이 참여하였다. 새로운 참여자들은 이전 참여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고, 장애인들이 문화와 예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탐색하였다.
학성여자고등학교 무한상상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느낀 것은 교육의 근본적인 가치와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이었다. 15명의 학생과 함께한 여정은 단순한 코딩교육이 아닌,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이르는 광범위한 경험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단순히 장애인들에게 기존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특별한 상황을 고려한 악기와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접근하려면 코딩, 디지털 기술, 그리고 장애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했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악기 제작 과정

청각장애인을 위한 네오픽셀 피아노는 소리의 진동과 빛의 깜박임을 결합하여 음악의 리듬과 감정을 전달하려 했다. 이를 위해 음악의 주파수와 빛의 빈도를 조절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코딩에 대한 깊은 이해와 끈기가 필요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피아노 제작 과정에서는 특히 점자의 구조와 원리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를 디지털 기술로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초기 프로토타입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 여러 차례 수정되었고, 이 과정은 학생들에게 실패와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그것이 바로 진정한 학습의 시작이었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AIR 피아노 제작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일반적인 피아노와 다르게, 물리적으로 키를 누르지 않고도 연주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러 센서와 알고리즘을 테스트하며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더욱이, 줄이 없는 하프나 타악 젬베 등의 악기 제작은 전통적인 음악 연주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연주 방식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줄이 없는 하프는 전통적인 시각적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적 감각을 기반으로 연주할 수 있게 설계하였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공간적 위치와 직관적인 손의 움직임으로 손쉽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되면서 음악의 미학을 더욱 깊게 체험하며 자신만의 연주 스타일을 찾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타악 젬베의 경우, 일반적인 젬베보다 버튼을 크게 만들어 누르기 쉽게 하였다. 이로써 지체장애인들도 더욱 편리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큰 버튼은 지체장애인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도와주어 악기를 연주하는 데 필요한 미세한 조작을 줄였고, 그들에게 더욱 뚜렷한 피드백을 줄 수 있었다. 이러한 설계의 배려는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를 넘어서, 장애인들이 문화와 예술에 더욱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방안이 되었다. 초기에는 사용자의 특별한 요구사항과 기술 구현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피드백을 통해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

더불어 사는 세상, 더 큰 배움과 깨달음을 얻다

학생들 또한 단순한 문제 해결 능력을 넘어서, 창의적 사고와 협업, 그리고 끈기를 키울 수 있었다. 학생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문화와 예술의 새로운 경계를 넓히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은 예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더불어 장애인식개선과 함께 공익정신을 함양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이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장애인 친화적인 문화예술 활동은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고, 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맞춤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그저 장애인을 위한 일시적인 배려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 기관, 지역 사회, 그리고 기업들이 함께해야 한다. 장애인들 삶의 질 향상과 그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과 연결된다. 이러한 활동의 지속과 지원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그것을 통해 더욱더 포용적이고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만든 악기는 전량 울산 행복학교, 혜인학교, 태연학교, 매곡고등학교, 연암중학교 등 5개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에 전달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교육자로서의 내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끌어내는 것임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활성화 되고, 비장애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일상 속 장애공감문화 형성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코딩 악기 제작 과정 ①


코딩 악기 제작 과정 ②

코딩 피아노


특수학급에 기증된 코딩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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