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현장 이야기 - 사진영상에서 배리어프리 영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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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3
제30권 4호
(vol. 130)
움트는 현장 이야기 2

사진영상에서
배리어프리 영화까지

김병련(영등포고등학교 교사)

‘사진영상에서 배리어프리 영화까지’

이 글의 제목은 우리 학교 1학기 수업량 유연화*로 개설된 강좌명이다. 입시와 진로를 연결하여 강좌를 선택하는데 다행히도 영화제작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있어 정원을 채워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첫 시간 “배리어프리 영화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이라는 질문에 한 명만 비슷하게 답변했고 나머지는 서로 옆 사람을 보며 ‘뭐지’라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분명 제목을 알고 신청했는데도 말이다. “1분 동안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세요” 하니 조금 있다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수업은 영상분석-제작-공유-공감 순으로 진행했다. 먼저 영상을 소리와 이미지로 분석한 다음 키네마스터 앱을 활용해서 영상을 제작했다. 완성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링크를 연결해 오픈채팅방에서 함께 보며 댓글과 ‘좋아요’로 공감을 표현했다. 학생들의 스크린 타임이 늘어나면서 미디어를 잘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적기 때문에 기초 소양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둘째 날은 장애이해교육과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1교시는 장애인이 일상 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제도와 환경을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소개하였고, 2, 3교시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감상한 다음 화면해설과 소리 자막에 대한 규칙을 설명했다. 획일적인 장애이해교육이 아니라 본인이 신청한 강좌라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셋째 날 1교시는 미리 제공한 1분 영상을 보고 배리어프리 콘티를 제작한 다음 소리 자막과 목소리를 녹음해서 영상을 완성했다. 마지막 시간은 20명이 나눠 만든 영상을 순서대로 편집해서 나름 시사회라는 것을 진행하였다.
내용이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남학생들이 졸지 않고 각자의 1분에 감수성을 담아서 배리어프리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 수업량 유연화: ‌고등학교 과목별 1단위 1수업량 17회 중 1회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


배리어프리 영상 제작 수업 자료

본업은 특수교사다.

오래전부터 미디어리터러시와 영화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미디어와 제작 수업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그러다가 시·청각장애 청소년 미디어리터러시 교재를 집필하면서 배리어프리 영화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배리어프리 영화의 진입장벽은 높았다. 배울 기회가 적었고 정보도 부족했다. 인터넷과 책으로 공부하며 자막 입력 봉사활동도 했으나 이론과 현장경험을 하고 싶었다. 작년에, 도서관에서 개설한 배리어프리 영화자막 제작 교실, 올해에 부산 가치봄영화제 자막 해설 교육에 참여하면서 조금이나마 배리어프리 영화를 이해하게 되었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기존 영화에 화면해설과 소리 자막을 입혀서 시·청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의하면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는 197편이며 평균 제작비는 125억 원이다. 이중 배리어프리로 제작된 영화는 14편이며 제작비는 전체 제작비의 1.2%인 1,500만원(국내장편)이 투입되었다.
전체 예산의 일부만 투자해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다행히 영화 발전 기금이나 일부 기업의 후원으로 제작되고 있다. 사실 영화가 제작·배급된다고 해도 영화관의 협조나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관객들의 인식이 전환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반대로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을 펼치는 것처럼 장기적인 투자라고 생각한 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일반영화에 감각을 더하다.
영화는 작가의 상상력을 감독이 영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상상은 문자를 통해 시나리오가 되고 감독은 다시 영상이라는 공간으로 만들어 낸다. 배리어프리 영화감독이나 작가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이해한 다음 다시 정해진 시간과 공간 안에서 재구성 할 수 있어야 한다.
관객은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감정을 읽어 가지만 제작자는 영상의 구조까지 파악해야 한다.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과정


배리어프리 영화의 이미지와 소리 표현


영상은 이미지와 소리로 구분된다. 이미지는 다시 사진, 영상, 자막, CG로 나뉘며, 소리는 대사, 내레이션, 현장음, 효과음, 배경음악으로 분리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은 이미지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소리로 들을 수 있게 바꿔서 전달해야 하고,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들을 수 없으므로 자막이나 기호로 바꿔서 볼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또 관객이 알 수 있도록 시작 전에 다음과 같은 안내 멘트와 설명을 삽입한다.

배리어프리 영화 자막 안내멘트


영화는 관객을 위해 존재한다.
영화감독은 시나리오를 들고 배우와 이야기하는 것 보다 스크린 넘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주요 관객은 시각장애인과 청각 장애인이다. 감독은 이들이 원작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제작해야 한다. 원작에 대한 분석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장애인 관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은 눈으로 보는게 어렵기 때문에 청각과 촉각 정보를 통해서 의사소통한다. 그래서 소리 정보 없이 정적만이 흐를 때 답답함을 느낀다. 전쟁영화 한 장면으로 적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는 어떤 소리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적과 대치 중’과 같이 간단한 해설만으로도 시각장애인은 무음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은 듣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수어나 글로 의사소통한다. 예컨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어떤 말이 오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럴 때 자막 한 줄이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최종 검수는 장애 당사자가 해야 한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설명이 부족한지 충분히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배리어프리 영화도 프리 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을 거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프로덕션의 화면해설과 소리 자막이다. 감독과 작가는 먼저 시나리오와 영상을 분석한 다음 영역별로 나누어서 작업을 진행한다.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에게 화면을 설명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화면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 중계방송처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설해야 한다. 또 원음 중간에 내용을 삽입하기 때문에 시간제한이 있고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감정을 넣지 않고 객관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중요한 정보 순서대로, 쉬운 단어를 풀어쓰고 가능하면 구어체와 단문으로 정리한다. 화면해설의 경우 초고가 완성되면 화면을 보면서 대본을 리딩 한 다음 시각장애인의 감수 과정을 거쳐 대본을 완성한다. 대본을 녹음하는 성우의 역할도 중요하다. 음색에 따라서 내용이나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 자막은 청각장애인을 위해 소리를 글과 기호로 표현하는 것이다. 영상에 담긴 소리를 분석하고 소리 지도를 작성하는데 여기에도 일정한 기준이 있다. 모든 대사는 화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구분하고 가독성을 위해 3줄을 넘지 않게 정리한다. 또 효과음이나 작은 소리가 분위기를 결정하기 때문에 양념으로 사용한다. 음악은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가사나 분위기를 기호와 함께 소개하고 가능하면 쉬운 단어를 활용한다. 소리 자막은 원음을 타임라인에 기록한 다음 대본을 작성하고 청각장애인의 감수 과정을 거쳐 대본을 완성한다.
마지막 편집실에서는 화면해설 원고를 성우가 녹음하고 소리자막 삽입과 믹싱을 거쳐 최종적으로 영화가 완성된다.

배리어프리 영화 수업 활용

내가 학교에서 진행한 수업은 전문교육이 아니라 배리어프리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제작 수업은 장애인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만들기 때문에 장애이해교육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영상에 관심 있는 학생이기 때문에 작품에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관객의 범위도 넓힐 수 있다. 또 진로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배리어프리 콘텐츠는 OTT, 연극, 공연, 전시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므로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유도할 수 있다. 학생들의 이런 경험이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콘텐츠 일반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 김병련 ‌일주일만에 뚝딱 영화수업 만들기(2019) 작은숲 특수교사 미디어 수업 첫걸음(2021) 교육과학사
  • 김정희 배리어프리 영상제작론(2018) 산지니
  • 시청자미디어재단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작 전문인 양성을 위한 통합교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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