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Special day of Keeping Yourself)
자신을 지키는 특별한 날
-특수교사들의 여가활동 소개
보령정심학교 교사 함상혁
▲ 보령정심학교 교사 동아리 밴드 반창고 연주팀. 연주팀은 공연 성격에 맞게 매번 구성원이 바뀐다.
얼마 전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SKY캐슬’에는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내신관리는 물론 자동봉진(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에 교우 관계, 심리, 건강, 수면 스타일 등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관리해주는 김주영이라는 입시 코디네이터가 등장한다. 나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마음도 저렇게 하나하나 코디해줄 사람 어디 없나? 학교생활을 하며 까맣게 타버린 내 속은 어떻게 하지?’ SKY캐슬의 김주영 선생이 남긴 유행어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보령정심학교 교사밴드 반창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이번에 새로 오신 선생님 중에 베이스(bass guitar)를 잘 치는 선생님이 있다던데 누군지 알아요?” 박 교사가 슬쩍 묻자 함 교사가 시-익 웃으며 “그게 바로 접니다. 학창시절에 실용음악과 지망생이었습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유 잘됐네! 그러면 이번에…” 그렇게 교사밴드의 가입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함 교사는 ‘학교에 적응도 해야 하고 학생들도 챙겨야 하고 학부모 상담도 해야 하고 업무는 또 당최 모르겠고 이래저래 어렵겠다.’며 고사했다. 박 교사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하지만 마음이 어려울 때 교사 동아리가 큰 힘이 될 거예요. 제 말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선생님. 그때는 꼭 한 번 들러줘요.” 함 교사는 그러겠노라고 눈웃음을 치고는 생각했다. ‘내 실력이 교사밴드나 하고 있을 수준이 아니지.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건 노는 것도 일이라고 했어. 일 늘릴 일 있어? 절대 안 해.’ 그런데 함 교사는 몰랐다.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에 제 발로 교사밴드에 찾아가게 될 줄은.
▲ 보령정심학교 교사 동아리 밴드 반창고 공연 모습. (좌측부터 사제동행, 작은 음악회, 토크 콘서트)
감당하시겠습니까
오늘은 어쩐 일인지 함 교사가 잡는 G코드가 우울하게 들린다. 걱정된 마음에 이 교사가 물었다. “함 쌤 무슨 일 있어?” 함 교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베이스기타를 내려놓고 말했다. “부장님. 저 오늘 ○○이한테 머리털이 한 움큼 뽑혔네요.” “뭐? 또?” 그러자 구슬픈 심벌 소리를 내던 조 교사가 말했다. “저는 오늘 교감 선생님께 지적받았어요.” 그렇게 학교생활의 크고 작은 고충이 봇물 터지듯 터져서 한참 무용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 정 교사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40분 넘게 학부모가 전화를 안 끊으셔서…”
보령정심학교 교사동아리 반창고. 사람들 마음에 반창고를 붙이는 음악을 하고 싶다며 이 교사가 제안한 이름이었다. 함 교사는 밴드 이름이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학교생활을 하며 벌어진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혼자서 꽁꽁 싸매고 있었다면 감당할 수 없었던 시간이었으리라. 밴드 선생님들은 바쁜 하루를 쪼개가며 합주를 했고 부족한 부분은 퇴근길에 노래를 듣거나 집에서 개인 연습을 했다. 그렇게 팀워크를 다졌고 부족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반창고를 들고 가 붙여줄 수 있게 되었다.
사제동행 축제를 통해서 보령정심학교 재학생들에게 한 장,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지역주민들에게도 한 장, 충남 중등특수교사를 대상으로 열린 현장 공감 토크콘서트의 메인 밴드로 참여해 선생님들에게도 한 장. 그렇게 반창고는 다양한 공연기회를 통해 더 넓은 면을 감싸며 접착력이 우수하고 숨도 쉬는 살아있는 밴드가 되어 많은 이들이 찾게 되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으십니까 물었습니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기타 어디서 배우셨어요?’이고 그다음은 ‘할 일도 많고 바쁠 텐데 밴드 활동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이다. 박 교사는 함 교사가 반창고 연습실에 제 발로 찾아갔을 때 ‘하다가 힘들면 중간에 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동아리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함 교사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밴드동아리 모임이 학교생활로 지친 ‘자신을 지키는 특별한 날’이 되었다. 비록 ‘SKY캐슬의 김주영 선생’처럼 하나하나 코디해주지는 않지만 함 교사에게는 반창고가 든든한 ‘Special day of Keeping Yourself캐슬’이다. 그곳에는 단지 취미로 직장동료와 함께 음악을 하는 것, 그 이상의 공감과 위로가 있다. 연습실 문을 열면 공기가 따듯하다.
▲ 보령정심학교 교사 동아리 밴드 반창고의 구성원. 다양한 연령의 교사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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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자신을 지키는 특별한 날
스트레스야 안녕~~ 취미야, 동호회야 어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