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신학기 학급운영 노트
마음 워밍업, 뜨거운 3월!

 

서울명지고등학교 교사 조철훈

 

신학기를 준비하는 학교 현장의 공기는 설렘을 넘어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새 학기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이 시간이 학급의 일 년 살림을 꾸려가는데 더없이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긴 여정을 준비하는 여행자처럼 꼼꼼하게 봇짐을 챙기고, 혹시라도 무언가 잊은 것은 없는지 재차 확인한다. 이렇게 우리는 다시 3월에 첫 발을 내딛는다.

 

너를 알아가는 첫 단계, 마음 읽기

 

서로를 알아가는 것만큼 쉽지만 어려운 일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급에 속한 학생들 한명, 한명에 대해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교사들은 온 몸의 촉수를 곤두세우고 정보를 수집한다. 학생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묻고, 찾고,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과영역에서의 학생의 수행 수준뿐 아니라 학생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필요한 지원을 알 수 있게 되고 그것은 연간 학생 지도의 근간이 된다.

언어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마음을 읽고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신입생 입학으로 분주하던 때에 일반 학급에 완전 통합된 학생 한 명이 학교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 일이 있었다. 급우들과의 관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나타났고, 특별한 이유 없이 학급에서 울고 예민하게 행동하는 일이 잦았다. 전적 학교 선생님 및 학부모님과의 상담을 통해 학생이 처한 환경적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였다.
마음의 문을 열고 학생과의 대화를 계속한 결과 학생이 원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관심이라는 것을 알았고 특수학급에 입급하여 학교 생활하는 것이 학생에게 보다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학부모님을 설득하여 특수학급으로 재배치하게 되었다.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이 학생은 특수학급 생활 한 달 만에 우리 학급에서 가장 밝고 수다스러운 학생이 되었다. 원반 학생들과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였고, 학업에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하였다. 3년 후인 지금, 당당하게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여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이 학생을 떠올리면, 그 때 이 학생의 마음을 아무도 읽어주지 못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학년 초 특별히 학생들의 말과 몸짓, 표정하나에도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깊이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기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 으레 시작하는 일, 그래서 밀어두고 싶은 숙제처럼 쉽지 않은 일! 바로 새로운 학부모님과 만나고 관계 맺는 일이다. 특수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여러 학부모님과 만나면서 이 시기가 되면 나를 포함한 많은 교사들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 시간이 학생지도의 파트너가 되어야 할 학부모님과 상호 신뢰와 유대를 쌓을 수 있는 값진 과정임을 부정할 수 없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뿐 아니라 이 시기에 학급 내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은 학급 구성원 모두를 위해 선행되는 일이다. 학생들이 학급 규칙을 준수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그 약속을 분명히 하는 것뿐 아니라 학교와 학급 생활에서 필요한 원칙과 절차를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적장애 특수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새로 맡게 된 학급의 학부모 상담을 앞두고 나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나의 진심이 통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쉽지 않은 대화를 시작하였다.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학부모님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고, 내가 갖고 있었던 편견과 마음가짐을 반성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 주지 않기에 학교에서 무엇을 했는지 더 궁금하고, 아파도 어디가 아픈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기에 작은 상처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을 나는 감히 어림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학부모님과 학생에 대하여 더 자세히, 더 자주 대화하기 위해 학교와 가정에서의 학생의 모습에 대해 비교 관찰하는 기록지를 매일 작성하고 수기 및 어플리케이션으로 그 정보를 서로 공유하였다. 업무라고 생각하면 아주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믿음이 쌓이고 가정연계지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어떤 배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준비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학생들의 교육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학생들에 대해 파악하고 관계를 다지는 일은 어떻게 보면 가르쳐야 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행 작업에 불과하다. 교육과정상 배워야 할 것, 가장 시급하게 지도되어야 할 것뿐 아니라 학생의 먼 미래까지 바라보고 장·단기 교육계획을 수립한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한 교사와 한 학급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3년간의 긴 호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할 때까지 같은 선생님의 지도를 받는다는 것은 분명 장단점이 있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을 통해 나와 아이들 모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모 대기업 포장 계열로 취업하게 된 제자의 경우에도 입학 시 물건을 조작하는 일을 선호하고 정확하게 분류하는데 강점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하고 직업 훈련 시 관련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3년에 걸쳐 지도하였다. 또 부족한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부여받은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였다. 학생의 특성과 관심영역, 그리고 발전시켜야할 과제를 파악하여 해당 학년의 교육 계획뿐 아니라 학생의 졸업 후 진로계획과 함께 연계하여 세워나갔기 때문에 교육이 이루어지는 동안 이에 적합한 활동들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었고,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즐거운 학급, 최고의 환경 만들기

 

학생들에 대해 충분히 알고 어떻게 교육해 나가야 할지 큰 방향이 결정되었다면, 그에 적합한 최고의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한다. 학생 개인의 특성과 흥미를 고려하면서도 학급 전체의 효율성과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조성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주고받고 정서적 유대를 지속할 수 있는 인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신학기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공존하는 특수학급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중도 지적장애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자발적인 학습 활동을 촉구하기 위하여 모빌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 단순히 완성된 구조물을 천장에 매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선호물이나 계절에 맞는 자연물, 학습중인 단원에 적합한 구체물, 학생이 직접 만든 활동 결과물 등을 사용하였다. 학생들의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높이에 달고 우레탄 줄을 이용해 원하면 당겨 만지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즐겁게 수업 자료와 결과물을 접하며 배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작은 노력들을 통해 우리는 교실 환경을 보다 흥미롭고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이 되도록 가꾸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특수학급에서는 원반 학생들과 함께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교사와 학교 모두에게 큰 과제이다. 이를 위하여 비장애학생들이 함께하는 통합 동아리를 조직하고 운영하였다. 특수교사가 지도하는 동아리가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서 동아리에 속한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 교직원 및 학생들의 특수학급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학기 새로운 학급 운영을 시작하며, 학생의 마음을 열기 위해선 교사의 마음이 먼저 열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을 여는 것에 다소 인색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편한 학급에서 편하게 일 년을 보냈으면 하는 이기적이지만 솔직한 마음은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품었을 법 한 욕심일 것이다. 언젠가 연달아 어려운 학급을 맡게 되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동료에게 “그 아이들은 복 받은 아이들이네! 그 아이들도 좋은 선생님 만나 기뻐하고 있을 거야.” 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동료 교사는 소진된 마음에 그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 또 다시 신학기를 준비하는 우리도 스스로에게 이런 격려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실제로, 올해 우리와 인연을 맺게 된 이 아이들이 나로 인해 기뻐하고 그들의 삶이 변화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연단하며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것은 어떨까?

 

 

 

모두가 행복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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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함께 가자! 즐거운 체험학습

우리의 권리를 마음껏 누려요!(feat. 부모님)

용쌤과 지섭이의 끝없는 도전기


현장특수교육 봄호 제26권

  • 01 프롤로그
  • 02 오픈 칼럼
  • 03 모두가 행복한 수업
  • 04 화제의 특수교육인
  • 05 현장투어
  • 06 톡톡Talk
  • 07 스페셜테마
  • 08 차 한 잔을 마시며
  • 09 월드리포트
  • 10 여가+
  • 11 특별기획
  • 12 연구물 & 간행물
  • 13 특수교육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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