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 | 국립특수교육원 인근 카페 | 일시 | 2019.3.7.(목) 16:00~18:00
| 진행자 |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관 이동원
| 토론자 | 새솔학교 교장 유순주,
성광학교 교사 강문주, 대전가원학교 교사 임해주, 울산행복학교 교사 이승준,
오산다온유치원 교사 유보은
이동원
상대방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스스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유순주
글쎄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라 주변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나 집안에서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주변에서 “어떻게 견디셨어요?”라고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그 질문에 “나는 초긍정이잖아”라며 농담식으로 얘기하곤 하는데 주변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걸 보면 ‘내가 그랬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그랬으면...’하고 바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강문주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Fafa(Flow, attentive, Freedom, aid)라고 생각합니다. Flow는 몰입을 뜻하는데요. 저는 주위의 방해물을 차단하고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하는 ‘몰입’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수업을 위한 준비나 업무, 취미 등에 몰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ttentive은 배려와 친절을 뜻하는 말로 저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이다’ 라는 말에 공감하며 주위 사람들과 친밀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배려하고 친절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은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하고자 하는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유를 뜻하는 Freedom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YES MAN으로 살아왔고 우렁각시처럼 다른 사람이 모르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므로 도움이라는 뜻의 Aid 역시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임해주
저는 제 자신을 ‘행복을 그리는 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 최우선에 두는 선택의 기준은 저의 행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고 신이 나서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들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이승준
저는 아침형 인간으로 저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도 있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아침에 미리 계획하고 일을 하는 순간 행복감과 함께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유보은
저는 제 자신을 ‘토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바로 생각이 났습니다.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아직 신규교사라 유치원에서도 많이 뛰어다니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1년차라 모르는 부분이 많아 마음이 더 급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동원
특수교사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꼽으라면 ‘왜 특수교사가 되었나요?’라는 질문일텐데, 어떤 비장한 사명감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이 진부한 질문을 여러분들께 드리는 이유는 비단 특수교사가 된 특별한 이유보다는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세대별로 다를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히 특수교사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유보은
특수교육 현장으로 봉사를 가면서 특수교사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점점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 때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서 성장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임해주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2000년대 초에는 IMF를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교대나 사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우선은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의 영향으로 저도 교대나 사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수교육과를 선택한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전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자원봉사를 다니면서 특수교육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부모님께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게도 이렇게 특수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승준
저는 순간순간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운명같이 특수교사가 된 것 같습니다. 특수교육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때에 우연한 기회에 교직을 하게 되었고, 교직을 하면서 특수교육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단순한 관심이었기에 특수교사를 직업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저에게 교육실습은 저의 인생을 바꾼 순간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처음으로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던 아이들, 그러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 참 많이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컸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교육실습을 다녀와서 전공을 살려 진로를 결정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실습의 여운이 짙게 남았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잊혀 지지 않아 뒤늦게 특수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한 사명감이 있어 특수교사가 되었다기보다는 특수교사가 된 후 더 뚜렷한 사명감과 의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강문주
저는 어려서부터 선생님을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친구들이 많았었는데 저 역시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해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학창시절 육상과 축구 선수를 병행했기 때문에 체육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수교사가 된 것은 일산에 있는 홀트복지관을 방문하여 중증장애인들을 보게 되면서 ‘내가 이 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체육교사의 특성을 살려 장애인들에게 체육을 가르칠 수 있는 특수체육교사가 되었습니다.
유순주
너무 오래 전이라 말하기도 쑥스럽지만, 이 질문에 대해 답변하자면 몇날 며칠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제 인생을 통틀어 얘기해야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일은 다른 누구의 일도 아닌 ‘나의 일’이며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동원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특수교육에서의 수업 철학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이승준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노래 가사는 제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 줘야 하는 이유였고 수업철학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가진 장애 특성을 이해하고 각자의 꿈을 향해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저의 목표였고, 늘 가슴에 품어 온 꿈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저를 떠올렸을 때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선생님, 함께 지내는 동안 행복했던 선생님으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임해주
저는 수업을 할 때, 먼저 학생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무섭고 엄하지만 마음이 따듯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선생님으로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유순주
수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시절에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업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었고, 관리자인 지금도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본인의 수업이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교사들의 수업을 많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수업을 보더라도 한 가지 이상은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고, 내가 어려워했던 부분을 다른 교사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면서 내가 힘들어했던 부분들이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또한 교사는 ‘교사의 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눈이라는 것은 교육을 할 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의도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학생을 웃게 할 거야’라는 작은 행동도 의도를 가지고 교사가 접근하게 되면 목표의식이 생겨서 수업이 쉬워지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교육을 할 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내가 가르치려는 의도와 목표를 갖고 수업에 임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유보은
제 수업의 목표는 ‘혼자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교사가 많은 부분을 해주기보다는 유아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혼자서 하도록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저를 떠올렸을 때 다른 것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정말 많은 사랑을 주었던 선생님이라는 점만은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문주
저는 ‘즐거운 수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교사가 즐기는 수업은 학생들도 즐길 수 있는 수업이 되고 학생들이 수업을 즐기게 되면 관심과 참여도는 저절로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즐거움을 주는 선생님’으로 학생들의 마음 속에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동원
우리나라 통합교육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통합교육을 직·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 차이도 존재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통합교육’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임해주
통합교육은 일반교사가 주도해주어야 가능한 교육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학생 속에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이 어우러져 녹아 들어가는 학급의 모습이 통합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승준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교육대상학생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통합교육을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여러 지원들도 많이 증가하여 일반학교 내에서도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과 일반학생 모두에게 나와 네가 다르지 않으며, 장애는 개개인이 가진 특성의 일부분일 뿐,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교육입니다. 단순히 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물리적 통합을 넘어 교육과정 및 사회적 통합, 심리적 통합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때 통합교육이라는 말도 무색해지는 완벽한 통합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순주
30년 전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는 일반학급에서 우리 아이들만 받아 주어도 너무 고맙고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장애인식이 많이 향상되어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통합교육’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보은
저는 통합교육을 유아기때부터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합교육을 통해 일반 또래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아이들의 언어와 사회성이 향상되는 것을 보았고 일반 아이들 또한 배려, 나눔 등 인성교육에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통합교육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문주
과거에는 환경의 통합만으로도 만족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장애학생이 일반학생과 한 공간에서 수업을 받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하던 때가 있었지요. 과거에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제외되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요즘의 통합교육은 환경과 시간 등 물리적인 여건뿐만 아니라 통합의 질 역시 많이 향상되었다고 봅니다. 통합이 당연하고 통합 상황 속에서도 교사는 학생들의 개별적 요구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통합교육의 많은 변화를 실감합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비약적인 발전을 한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에 감탄합니다.
이동원
특수교사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였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문주
여러 장애 영역의 사람들과 함께 태백산을 등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절단 장애인들과 소아마비 장애인들은 저희들이 하체를 받쳐주면 손으로 걸어서 등반을 하였고, 시각장애인들은 가이드를 따라 등반을 하였습니다. 문제는 걷기 힘든 뇌병변 장애인들이었습니다. 3인 1조가 되어 안전장치를 하고 등에 업고 등반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분들은 업혀서 정상까지 가면서 많이 힘들어 했지만 정상에 올라가서는 뜻밖의 관경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정상에 올라와서는 모든 장애인들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업혀서 올라왔던 뇌병변 장애인들도 하염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끼면서 특수교사가 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승준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라고 하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떠올라야 하는데 가장 슬펐던 순간이 떠오르는 건, 그 순간이 가장 가슴 아팠고 미안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처음 발령받은 고등학교에 진행성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입학하여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 함께 지냈습니다. 3학년 1학기 6월쯤 갑자기 몸이 좋지 않게 되어 하늘나라로 떠났는데, 이렇게 급히 헤어질지 몰라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준 것이 미안하고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 학생과 헤어진 지 8년이 다 되어가지만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그 학생의 어머님께서는 늘 연락을 주셔서 안부도 여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십니다. 어머님께서 저를 떠올리면 먼저 떠나보낸 아들이 생각나 슬픈 감정이 클 것 같았는데, ‘선생님이 우리 ○○이의 마지막 선생님이라서 참 행복하고 좋았다.’라는 말씀을 해주실 때가 참 뭉클하고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유순주
오랜 세월 특수교사를 하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도 있고 눈물 나게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진 편인데 초창기에는 직업을 찾기 위해서 참 많이도 뛰어 다녔습니다.
취업을 시켜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오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도 끝내는 자리를 찾아가는 학생들을 보는 것은 교직 생활의 큰 보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소하게 기뻤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아무것도 스스로 하지 않으려 하는 학생이 어느 날 요구르트를 혼자 먹는 모습을 보고 몰래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소소한 것에도 많이 감동받는 것이 특수교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 감사합니다.
이동원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임해주
사실 특수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우리 한국사회의 학문중심, 입시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이 특수교육을 더욱 소외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교육도 자유학기제나 창의인성교육을 통해 체험 중심, 꿈과 끼를 찾는 창의적 교육으로 많이 바뀌어 나가고 있는 추세이지만,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여전히 학문 중심의 입시 위주의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교육이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 있는 특수교육은 통합교육을 위해서라도 그 흐름을 어느 정도는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특수교육 기본교육과정도 특수학교에 있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이 학습하기에는 약간 학문에 치중되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많이 좁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준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인해 많이 발전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짧은 기간 동안의 큰 변화 때문인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와 법들로 인해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2008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공포와 시행을 통해 특수교사 확대 배치, 특수교육대상자의 진단 및 배치 등 특수교육 분야에 많은 부분이 발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더불어 특수교육지원센터 설치와 개별화교육계획 등이 법제화되면서 특수교육은 체계화되고 내실 있게 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여러 애로점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법을 제정하고 시행할 경우 현장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의 테두리에 묶여 학생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순주
요즘 들어 어딜 가든지 학교의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아주 심한 도전 행동을 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 마련의 시급성입니다. 소수의 학생이긴 하지만 학교에서의 파급 효과는 너무 크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교사, 학생, 사회복무요원 등 주변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치는 상황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가정, 학교, 사회가 협력하여 즉각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문주
제가 느끼는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최적화된 특수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단지 부모님의 뜻에 의해 통합 환경과 특수학교 등의 교육적인 배치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님들도 아이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학생들을 파악하고 부모님과의 상담과 이해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곳이 특수교육지원센터인데 현재는 인력 부족과 경력 부족 등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부모님들이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센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센터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동원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님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선생님께서 실천하신 학부모 상담을 통한 학생지도의 노하우를 공유해 주세요.
유순주
28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학부모님들과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님들의 경우 새 학기가 되면 1년 동안 내 아이를 맡겨도 되는지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학부모님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3월 한달 동안에 학부모님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특수학급에서 오래 근무를 했는데 매일 학생들이 쓰는 ‘생활일지’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그날 배운 것에 대해 짧게 적도록 가르치고, 밑에는 알림장을 두어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부모가 교사에게 알리는 칸도 만들어 공유함으로써 학부모님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유보은
저또한 학부모님과의 관계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 하원 시간에 학부모님들과 오늘 있었던 일, 혹시 다쳤던 상황 등이 있으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눕니다. 또한 상담을 할 때,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호응이나 고개 끄덕임 등 공감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강문주
저는 담임을 맡게 되면 첫날 부모님께 저의 경력과 교육관 등을 적은 소개서와 수업계획서 등을 빼곡히 적은 알림장을 만들어 가정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3월 동안은 자주 전화하며 부모님이 불안해하는 요소와 궁금해 하는 요소는 없는지 파악합니다. 중·고등학생이 굳이 알림장이 필요할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언어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알림장을 통해 그 날의 수업내용, 학생의 수업참여, 가정과 연계 지도를 위해 당부하는 말, 부모님의 마음이 힐링될 수 있도록 좋은 글귀 등을 작성하여 가정으로 보냅니다.
또한 저는 학부모님이 언제 전화하든 반갑게 전화를 받습니다. 카톡과 메시지의 남발로 교사의 사생활이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는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언제든 반갑게 전화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알림장과 전화만으로도 까다롭던 부모님이 호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동원
짧게나마 서로 간의 경험과 인식 차이를 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보았는데, 선·후배 교사분들이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유보은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 뵙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특수교사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톡톡톡 좌담회를 하면서 교사는 목표가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제 마음 속에 가장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목표가 있는 수업을 해야 함을 잊지 않고 앞으로 더 성장해나가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모두 올 한해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이승준
학교업무와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본인의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감정과 느낌들이 학생들에게 오롯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먼저 돌보았으면 좋겠고, 지친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하나쯤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톡톡톡 좌담회를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경험은 특수교사를 하는 동안 큰 기쁨이고 회상해보면 흐뭇한 순간일 것 같습니다. 황금 돼지띠인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돼지띠인 선생님들께서 목표하신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임해주
이렇게 많은 돼지띠 선생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서 무척 반갑고 기분이 좋습니다. 2019년에는 선생님들 모두에게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한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문주
새 학기가 시작이 되어 바쁜 일상에서도 톡톡톡 좌담회를 통해 많은 생각과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야 아이들도 즐겁고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학교와 교실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아이들은 행복질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신만의 취미를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2019년에는 신뢰와 믿음, 사랑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유순주
이제는 교직에 있어야 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후배교사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항상 눈에 담아라’라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누구와 친한지, 어떤 물건을 좋아하는지, 어떤 버릇이 있는지 등등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갖고 보게 된다면 아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운동장 한 구석에 있는 아이도 금방 찾을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것입니다. 같은 길을 걷는 동지이기도 한 후배교사들을 보면 짠하고 애틋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이동원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이하여 특수교육 현장의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각 세대별 선생님들을 모시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장애학생들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노고와 고민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 아이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단어는 ‘불가능’ 뿐입니다.”라는 영화 블랙의 대사처럼 조금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