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대표이사 정은미 대표
Q. 현장특수교육 독자들에게 정은미 대표님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현재 발달장애인 가족의 안정된 삶을 지원하는 ‘안정’이라는 소셜 벤쳐의 대표입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지니(이지현의 애칭)의 엄마라고 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지니는 93년생 자폐성장애가 있는 저의 딸입니다. 저는 일반교사로 10년, 특수교육서비스 이용자로 10년, 특수교사로 11년을 보내고, 현재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아 소셜 벤쳐 ‘안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정은 발달장애인의 성인기를 준비하는 ‘생애포트폴리오’를 통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생애포트폴리오 시스템(세아담) 구축과 생애포트폴리오의 이해, 필요성 및 제작, 활용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Q. ‘안정’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자, 소통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부모의 마음이 먼저 안정되어야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의 마음도 안정될 것입니다. 생애를 통해서 이런 기록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는 마음의 안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Q. 일반교사로 재직하시다가 특수교육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일반 중등교사로 근무하며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고 아들, 딸을 낳았습니다. 둘째인 딸이 18개월이 될 쯤, 발달이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상담과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35개월에 놀이치료를 받게 되면서부터 특수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자원을 치료와 교육에 쏟아부으며 시간을 보냈지만, 평생 장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니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적응이 되는 것을 보면서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장애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특수교육대학원에 입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수교사가 되었습니다.
Q. 작년 11월 출간하신 지니의 스토리텔링, 발달장애인의 성인기를 준비하는 생애포트폴리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93년생 딸 지니의 성장시기에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학령기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즉 학령기 이후 성인 발달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 외에는 달리 갈 곳이 없었습니다. 저도 성인기에 접어드는 지니를 보면서 이런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때마침 성인기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의 장애인평생교육 복지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게 되면서 수업과제로 지니의 전 생애 성장기록을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궁금했지만, 그런 자료는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니의 생애포트폴리오를 주제로 ‘아스퍼거 여성의 삶에 관한 종단적 사례연구(2016)’라는 박사학위논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문에 읽기 쉬운 칼럼 형식으로 2년에 걸쳐 61편을 기고하고 다시 이 글을 에세이 형식으로 지난해 출판한 것이 ‘지니의 스토리텔링’입니다.
[정은미 대표]
● 전) 특수학교, 특수학급 교사
●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장애인평생교육복지) 전공
● 한국장애인가족문화연구소장
● ㈜안정 대표이사
Q. ‘생애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생애포트폴리오는 부모가 작성하는 장애자녀의 성장, 교육, 체험의 기록자료집입니다. 장애인의 부모는 치료와 교육을 위해 상담과 진단을 받으며 좀 더 자녀를 잘 이해시키기 위해 자녀의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이는 장애인의 부모가 되어서 세상과 부딪치며 좌절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기관 면담시에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보조자료로써 성장기록을 권합니다.
Q. 학교 현장에서 특수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한 특수교사이면서 연구자라는 조금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당사자와 교사 그리고 부모의 관계를 탄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발달장애인의 삶의 기록인 생애포트폴리오라고 생각했습니다. 생애포트폴리오에서 자녀의 성장기록은 사진으로 구성되는데 사진을 찍을 때는 예쁘고 행복한 모습을 원합니다. 그래서 실제 행복하고 기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 또한 늘어나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당사자인 학생이 즐거워지고 이러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행복지수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소통이라는 것은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평생을 지원인력과 함께해야 하는 발달장애인의 교육과 복지 현장에서 생애포트폴리오를 두고 서로 협력한다면, 관계가 조금은 더 원활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Q.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이 반복되는 고단한 하루하루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고, 행복을 실현해가는 대표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우울이나 슬럼프 상태는 제가 너무 견디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그럴 시간을 최대한 없애려고 늘 무엇인가를 배우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나와 저의 23년의 삶의 체험의 기록을 생애포트폴리오로 표현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도 받게 되었고, 학교를 떠나 학위논문을 근거로 당사자와 가족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새로운 일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특수교육, 장애인복지는 개별화로 접근합니다. 다 다르지요. 지니가 어렸을 때, 특수교육을 받고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알 길이 없었지요. 그런 면에서 특수교육현장에서 살아온 지니와 저의 삶의 체험의 기록인 [지니의 스토리텔링]이 누군가에게는 지침이 되는 의미있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부모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자녀의 성장, 교육, 체험의 기록인 생애포트폴리오 시스템(세아담/세상의 아이들을 담아내다.)을 만들고자 합니다.
생애포트폴리오를 통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관심을 끌어내고, 생애포트폴리오가 제도적으로 정착하여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국가의 지원체계 아래서 주체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세아담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