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승훈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2011년 12월 29일 01시 30분 엘살바도르 특수학교 건립사업의 담당자인 나와 5명의 특수교사가 엘살바도르를 향해
출발(미국 LA경유)하였다. 약 16시간의 비행시간동안 그 동안 이 사업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왔던 시간들이 하나의 광
고 영상처럼 스쳐지나갔다.
2010년 12월의 끝 무렵에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엘살바도르 특수학교 건립사업을 국립특수교육원에 정식 위탁하였다.
엘살바도르 특수학교 건립사업은 엘살바도르 특수교육 관계자 8명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선진 대한민국의 우수한 특수교
육 시설과 교사양성 시스템 및 장애인의 영유아 및 평생교육, 직업전환교육 시스템 등을 체험하는 한 달간의 초청연수와
우리나라 특수교육 전문가의 현지방문을 통한 두 달간의 방문연수로 구성되었다.
우리원은 이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한국장애아동교육복지연
구학회(학회장 전남대학교 이태수 교수)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번 사업을 위하여 전남대학교의 이태수 교수님과 나는 3회에 걸쳐
엘살바도르를 현지답사를 하였다. 현지답사를 통하여 느낀 점은 치안
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연수단의 안전과 엘살바도르 특수교사들의 열
정에 대한 부담이었다.
치안의 불안은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중미국가들의 사회·경제현황
과 관련이 있다. 미국과 인접해 있는 중미국가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밀입국을 하고,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불법 이민자들
은 범죄 집단에서 활동하다 체포되면 본국으로 송환된다. 이들이 본국
으로 돌아와 갱 조직을 결성하여 활동하고 그 세력을 늘려가고, 이들
에게는 총기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경찰력만으로는 사회의 치안
이 확립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두 번째 답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우리의 호텔 앞 숙소에서 총기 난사로 인하여 버스 운전기
사가 살해당하는 경우도 목격하였다. 이러한 치안현황은 연수단의 안
전과 연관되어 가장 큰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다.
엘살바도르 특수학교의 시설과 수업장면을 참관하며 느낀 점은, 엘
살바도르 사람들의 교육환경은 국가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여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재·교구가 부족하고, 특수교육 시스템이 조직적으
로 운영되고 있지 않지만, 장애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
정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다는 것이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대한민국의 우월한 경제력과 체계화된 특수교
육시스템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특수교육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충만하지만 사회적·경제적 지원이 부족하여 그들의 애정과 열정을
마음껏 장애학생들에게 전해주지 못하는 엘살바도르 특수교사들에게
그들의 애정과 열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어떻게 이들에게 자괴감이 아닌'우리도 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 특수교육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
엇일까?'라는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하여 2011년 4월 13일에 필기시험
과 면접을 통해 학교현장의 전문가 5명을 선발하였다.
선발된 교사들은 선발직후, 휴무 토요일마다 주말을 반납하고 1박 2
일로 모여서 방문연수를 위한 자료를 제작하였다. 또한 여름방학에는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자신이 담당한 영역의 자료와 다른 교사의 자료를 교차하여
점검하며 집중 작업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엘살바도르 특수교육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연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주제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우리에게 주어진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수 많
은 논의와 논쟁을 하였었다.
연수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가장 염두를 해 두었던 점은 엘살바도르 특수교육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우
리의 특수교육을 단순히 전달하거나 자랑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가 출국했을 때 입었던 두툼
한 옷들이 적도 부근의 엘살바도르에는 아무 소용이 없듯이, 교육과 교육을 둘러싼 환경인 사회·문화·경
제가 완전히 다른 엘살바도르에 우리 특수교육의 시스템을 전하고 그 사회 환경에 맞게 특수교육이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교사들의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숙제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이 비행기 안의 공기를 무겁게 한다.
16시간을 날아 엘살바도르에 도착한 시간은 12월 29일 07시. 이곳의 특수교육 환경의 열악함은 우리나라
에서 특수교육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그 당시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다음날 교육부 관계자들과의 미팅에서
그들은 우리를'미래에서 날아 온 손님들'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렇다 우리는 시차로 인하여 과거로 여행을
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미래'라는 것은 단순히 앞선 시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가 그들의 미래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산하신토 특수학교는 신축 공사관계로 임시로 이전된 허름한 2층 건물의 학교에서 좁은 교실을 반으로 나
누어 1반에 7~8명이 학습을 하고 있었고, 사용되는 교재교구는 거의 없거나, 외국으로부터 기증 받은 교
재·교구는 그 사용법을 몰라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러나 허름한 건물과 열악한 교실환경이지만 교
사와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들의 표정에서 교육에 있어서 환경보다는 그 환경 내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
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특수교육을 꽃 피울 씨앗이 그들의 가슴속에 있다는 생각에 앞
으로 우리가 실시할 연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되었다.
엘살바도르 교원연수는 총4차로 실시되었다. 1차는 엘살바도르 교육부 통합교육과 및 다른 과 직원을 대
상으로 3일간, 2차는 수도에 위치한 산하신토(San Jasinto) 특수학교 교장 및 교사들을 대상으로 4주간, 3
차는 수도권 및 수도 외곽에 위치한 특수학교 교장 및 교사를 대상으로 1주간, 4차는 지방에 위치한 특수학
교 교장 및 교사를 대상으로 1주간 실시하였다. (연수내용은 아래 표 참조. 전국교사 연수는 산하신토 특수
학교 연수 내용의 일부를 축약하여 진행함)
연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유를 먹이는 어머니와 아이 같은 분위기였다. 아이에게 모유를 좀 더 먹이려
는 어머니처럼 함께 한 팀원들은 준비해 온 연수 자료와 더불어 현지에 맞는 용어와 내용들을 수정해가면
열정적으로 강의를 했고, 강사를 바라보는 교장 및 교사들은 아이처럼 강사에게 온전히 집중해 있었다. 연
수에 참여한 연수생들은 언어가 다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 입으로'칫칫'
하는 소리를 내며 그들만의 특유의 방법으로 스스로 분위기를 정돈하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나 질문
이 있으면 강의가 끝난 뒤 쉬는 시간에도 해당 강사를 만나 질문을 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계속되는 질문에
우리를 숙소로 데리고 가는 차가 한 시간 이상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화산으로 이루어진 국가라 그런가? 계속되는 연수의 분위기는 활화산의 꿈틀대는 용암처럼 뜨거웠으며,
그 열기와 같은 열정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연수를 진행하는 강사들에게 힘을 북돋아 줌과 동시에
우리가 연수를 준비하면서 걱정했던 언어의 차이로 인한 우리와 그들 사이의 괴리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
며, 강의를 하는 사람과 강의를 듣는 사람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연수를 마칠 때쯤 우리를 가장 기분 좋게 했던 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엘살바도르 교육부와 산하
신토(San Jasinto) 특수학교 교사들이 연수내용을 엘살바도르 현장 적용을 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소식과 더불어 현장적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세미
나를 갖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연수를 마치고 귀국준비를 하며 잠시 휴식을 즐기려던 우리 팀원들
은, 우리의 휴식 일정을 취소하고 엘살바도르 특수교사들과의 추가 세미나를 준비하고 하루 동안의 집중 세
미나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것은 짧은 시간이었다. 현지적용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마주하고 구
체적인 작업(학교교육 계획 및 교육과정, IEP 작성 등)을 더 많이 함께하고 싶었으나, 모든 일이 그렇듯 시
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짧은 집중 세미나를 진행하며 느낀 것은 그들의 가슴 속에 잠들
어 있던 특수교육의 씨앗이 우리 대한민국 특수교육이라는 영양분과 만나 싹을 틔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은 비록 작은 새싹이지만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계속되면, 곧 엘살바도르 특수교육이 중미 최고의 특수교육
시스템으로 꽃 피우게 되리라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엘살바도르에서의 짧은 일정에 대한 미련을 교육부와 교사들의 따듯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귀국을 위한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교육원으로, 이태수 교수님은 자신의 대학교로, 또 5명의 선생님들은 각자가 근무
하는 학교로 흩어졌다. 우리가 일상으로 생각하며 큰 가치를 두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바로 그 자리가 어
쩌면 엘살바도르 특수교육 담당자들이 그렇게 바라는 그들의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교육과 관련해서 최근 대학이나 단체에서 제3국으로 많은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
은 공식적으로 정부대 정부의 관계에서 추진된 최초의 특수교육관련 해외 지원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캄보디아 등으로 몇 차례의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주관해 왔다. 그러나
항상 느끼던 것이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에 의한 이벤트성·행사성의 봉사활동 보다는 장기적인 목적을
두고 지속적이며 발전 가능한 형태의 지원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여러 나라들 중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일까? 아니 우리가 잘 살기 때문에, 또
는 우리나라가 과거에 원조를 받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명제는 너무 계산적이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는"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
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교육이념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자국의 발전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인류공영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
다. 특수교육은'선진국형 교육'이라고 한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서 특수교육을 하기
에는 아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나라들에게 어려움을 뚫고 성장을 했던 노하우와 우리의 발전
된 체계와 제도를 전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이념
에 따라 안으로는 특수교육의 내실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발전된 특수교육 제도 및 운영 노하우
를 제3세계에 전해 대한민국 특수교육이라는 씨를 뿌리고, 이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특수교육대상자들이
인간다운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일일 것이다.
1) 교육부(MINED)연수 프로그램
월일 |
연수내용 |
월일 |
연수내용 |
1월 4일 |
•한국의 특수교육 정책
•특수교육 지원센터의 설립과 운영 |
1월 6일 |
•특수학교 관리 및 지원 체제
•개별화 교육 계획 |
1월 5일 |
•한국의 특수교육 법과 제도
•장애학생 진단 평가 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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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및
사업 소개
엘살바도르는 면적 21,040㎢의 중미국가로 우
리나라 전라도(약 20,086㎢)보다 약간 큰 작은
국가이다. 1992년에 내전을 마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였으며 이후 정치적으로 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1인당 GDP는 3,623불(2009)로 낮은 편이
나 엘살바도르 교육부의 Education Plan for
2004-2009(Plan 2021)을 수립·추진하여 높
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국민들의 교육열도 높
은 편이다.
전체 인구 700만명을 기준으로 특수교육이 필
요한 학령기(만3~18세) 학생이 190만명이며, 이
중 장애학생을 48,000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
재 총 35개 특수학교를 통해 약 2,700명의 장
애학생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개발국가 중 처음으로 엘살바도르 교육부가
특수학교 지원을 요청하여 본 사업이 이루어 졌
다. 2010년 한국국제협력단의 요청으로 국립특
수교육원에서 2회의 타당성 조사를 하였다. 조
사 결과 수도인 산살바도르 내에 위치하고 있으
며, 1976년에 교도소 시설을 활용하여 지어진
전국 최대의 시설(재학생 286명)인 산하신토
(San Jasinto) 특수학교를 "모델형 특수학교"
로 건립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