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인왕중학교 영어교사
장애를 가진 우리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비
장애인에게 다가가면 그 쪽에서도 어려워
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요.
일반 교사들도 어려워하는 영어 선생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자부심이 크시겠습니다.
사실 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큰 일을 하신 분들도 많으시기 때문에 딱히 자부심이랄
것까진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인정하는 한 자리가 저를 위해 마련되어 있고, 거기서 떳떳하
게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쁠 따름입니다.
영어 교사로서 일반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없으십니까?
글쎄요. 제 생각에는 일반학교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점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행정
적인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없고, 학생들의 행동을 더 자세히 파악하고 싶음에도 그럴 수 없다는
어려움들이 있게 합니다. 저를 도와주시는 보조 선생님이 계신다고 하더라도 그 분이 저는 아
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계점이 있긴 하거든요. 예를 들어 보조 선생님이 계시기에 기본적인
행정업무나 학생들의 숙제 검사, 시험 답안지 채점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양의 행정업무와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담임교사를 하고 싶다고 선뜻 말
할 수는 없는 문제니까요. 그 외에 동료교사 분들과의 관계나 학생들과의 관계는 좋습니다. 그
부분은 장애를 가진 우리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비장애인에게 다가가면 그 쪽에서도 어려워하
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요. 특히 학생들의 경우가 더 그렇죠. 예를 들어,
어른들은 실례되겠다 싶은 질문은 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계기로 아주 가까워지지 않
는 한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해 더 모를 수도 있어요. 딱히 묻지 않으니 저도 설명할 필요 없고,
장애에 대한 개인적인 사항들을 묻지 않으니 편하고 좋긴 하지만요. 반면, 학생들은 조금만 분
위기를 만들어주면 이것저것 질문을 해요. 그에 대해 저는 굉장히 쿨~하게 답을 해주죠. 전혀
거리낌없이 불편해 하지 않구요. 그러한 과정 속에서 서로 모든 것을 터놓게 되고, 서로가 어떠
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을 필요로 하
는지를 알게 되니 결국에는 아주 친밀해지게 되죠. 사람을 사귀는 데에 있어 장애가 그렇게 큰
장벽은 아니라는 것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되고요.
영어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어려운 일들은
무엇이었습니까? 또한 그 어려움과 맞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나 계기가 있습니까?
저는 또래 친구들보다 영어를 늦게 배운 편입니다. 공부에 욕심을 좀 낸다
하는 제 친구들은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학교에 가면 영어시험을 본다는 말에 겁을 먹고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흥미를 갖게 됐
고, 결국 영어교사의 꿈을 갖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인지 영어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비교적 쉽게 견딜 수 있었습니다. 공부할 교재가 많
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요. 그런데 전반적인 공부를 어떻게 지치지 않고 열심
히 할 수 있었느냐고 물으신다면 부담감과 감사함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
요. 저에게는 항상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계셨습니
다. 그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선 안 되겠다는 부담감이 언제나 제 마음 한 켠
에 있었습니다. 또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무엇이든지 잘 못하는 존재라고
여기도록 해서는 안 되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비장애인 학생의 성적이
낮으면 공부를 안 해서 낮은 거지만 장애인이 낮은 성적을 받으면 장애인이기
때문에 낮은 성적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장애인 한 명
의 행동이 모든 장애인을 대표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교수님과 제 친구들에
게 우리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늘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도와
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우리는 책 한 권을 보기 위
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손이 필요합니다. 그 분들의 정성, 저를 위해 쏟으신 시
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교재를 한번 읽고 버릴 수가 없었어요. 너무 아깝더라
구요. 그래서 시험 보기 전엔 항상 책을 여러 번씩 읽었고, 그것이 좋은 성적
을 받는 데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일반 교사를 희망하는 후배들이
많을 텐데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계획과 노력으로 미래를
준비하라는말씀을하시고싶으십니까?
주어진 일에 성실히 최선을 다하며 자기 실력
을 키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겠죠. 하지만 비장
애인들과도 최대한 많이 어울리고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많은 비장애인들
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서 비장애인들과의 관
계가 항상 원만할 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
람들의 성격과 개성은 다양하고, 서로의 관심분
야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우리들끼리 쳐놓은 울
타리에서만 생활하다가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
가야 하는 사회로 나왔을 때 문화충격을 받고 그
들과 소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비장애인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럽다면 자기가 믿을 만한 몇
몇 사람들만이라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세
요. 그러면서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인간관계를
넓혀가세요. 분명히 훗날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리하면, 교사를 준비
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게 될 모든
분들이 준비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거죠.
현재 약 7,000명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저 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그 관계들과 경험들이 여러분의 꿈을 바꿔 놓
을지도 모르거든요. 그리고 진로를 선택할 때는 현실을 고려하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쉽
게 포기하지는 마세요. 제가 일반학교 영어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고등학교 때만 해
도 일반학교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교사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임용고사에 장애인을 따
로 뽑는 전형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다 보니 길이 열리더라
구요. 여러분에게도 이런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세
요. 우리는 항상 주변의 도움을 받다보니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오히려 우리가 도
움을 필요로 할 때 도와주지 않으면 서운함과 불쾌감을 동시에 갖기 쉽습니다. 하지만 도움
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인 것만큼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약 10,000명의 지체장애학생들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중학교 2학년 때 축구를 하다가 다친 동철(가명)이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동철이의 장애
는 저보다 더 심해 팔도 전혀 움직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쾌활하고 씩씩한 모습으
로 재활치료와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멋진 아이가 되었습니다. 동철이가 다쳐서 국립재활
원에 왔을 당시, 제가 동철이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한 이야기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세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인 것만큼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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