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너머로 가녀린 꽃잎 흩날린다
하늘하늘 바람에 길 잃은 잎들
봄기운 따라 물 관대를 뽑아 올려
제 몸을 불사르던 저 화염
나무도 청춘이 있어
꽃 피우다 꽃 피우다
계절 따라 늙어가는구나
만개한 꽃을 따라 산에 오르다
꽃잎에 흠뻑 젖었다
꽃들이 비처럼 내린다는 사실
바람 부는 날 벚나무 숲에서 알았다
인연의 끈을 놓아버린 잎들
태초에 태어난 지상으로 돌아오면
꽃길로 열리는 긴 숲속의 길
나무숲에 잠들던 바람이
긴 잠에서 깨어나 춤을 추면
무수한 言語로 달려드는 파편들
봄에는 꽃잎 떨어지며
유언하는 소리에
숲속이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