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하남초등학교 교사
겨울 방학 때 전화 한 통이 왔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이
셨다. 작년까지 함께 근무하던 특수교육실무사 선생님이 올해 만기가 되셨
고 다른 학교로 전보를 내신 상황이라 다음에 어떤 분이 오실 지 궁금했는
데 마침 전화가 온 것이다. 나는 당연히 여자 분이 오실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소식은 이번에 오실 선생님은
남자분이고 거기에 지적장애까지 가지고 있다는 걱정과 염려의 목소리였
다. 늘 학생 옆에서 학생의 행동을 관찰하고 예의주시하며 안전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셔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지 또한 대화의 뜻을 이해하고 협력해주실 수 있는 분인지 특수교사인 나로
서도 걱정이 앞섰다. 또 주로 지원이 많이 필요한 학생이 남학생이긴 하지
만 간간히 여학생도 체험학습이나 신변처리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
가 있을 수 있어, 남자 선생님이면 이러한 지원이 가능할지, 지원이 불가피
하다면 혼자 도맡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처음에는 막막하고 두려웠다.
새로 부임한 고홍기 특수교육실무사선생님과 첫 대면한 날.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예상과 달리 인사성도 밝으시고
선한 인상에 웃음이 많으셨다. 자리에 앉아 아이들의 얼굴과 장애 특성, 전
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행동 특성과 지원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
해드렸다. 특히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 학교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항
상 학생 옆에서 보조해 줄 것을 부탁드렸다.
첫 날 오후, 교실에 붙어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아이들 이름을 노트
에 적어가며 외우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는 나의 우려와는 달리 자신
의 업무를 잘 수행하고 계시며, 누구보다도 더 많이 학생들을 사랑하고, 더
많이 예뻐해 주신다.
고흥기 선생님은 전에 학교에서 맡았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아 통합학
급 수업 시 학생이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항상 학생 손을 잡고 화장실 및 교과 교실로 이동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점심시간 급식지도까지 큰 문제없이 잘 해
주시고 계신다. 때로는 학생이 힘들고 지쳐할 때마다 좋아하는 노래도 들
려주고, 함께 따라 불러주기도 하시며, 학생이 싫어하는 과제를 해냈을 때
에는 아낌없이 칭찬도 해 주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습 도움실에
서 수업을 받는 학생뿐만 아니라 통합학급 학생들도 잘 따르고 좋아한다.
고홍기 선생님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학생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고, 학생들과 즐겁게 생활할 수 있어 만족하며, 앞으
로 더욱 책임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고홍기
선생님은 지적장애 2급으로 초등학교는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중·
고등학교는 특수학교인 선광학교를 졸업했으며, 학교를 졸업한 후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특수교육실무사에 지원하여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
고 한다. 학창 시절에 자신보다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심한 친구를 옆에
서 도와주고 항상 남을 배려하는 사려 깊은 모습에 담임 선생님이 추천하
신 것이다.
모교인 선광학교에서는 고흥기 선생님이 특수교육실무사로 취업하기 전
에 장애학생과 함께 교실 청소도 하고, 일과 중에 다친 친구가 있으면 안전
하게 보건실에 데려다 주거나, 치료를 마친 후에 교실로 다시 데려다 주도
록 하였으며, 급식시간에는 식사도구 사용이 미숙한 친구나 혼자서 식사가
힘든 친구들의 식사를 도왔고, 신변처리가 미흡한 학생들에게는 주변의 도
움 없이 스스로 용변처리를 할 수 있도록 실습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고 한
다. 물론 가끔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실무사 선생님께 도
움을 요청하거나 특수교사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기도 하면서, 특수교육실무사의 직무를 익혀나갔다고 한다. 그 결과 많은 경험과 성실함으로 특수
교육실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런 맞춤형 현장실
습이 취업 성공의 주요인이 되었다.
특수교육실무사로 취업된 이후에는 장애학생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
기 위해 30시간 이상의 특수교육 관련 연수를 받았으며, 이를 통해 장애학
생에 대한 지원 내용 및 방법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고홍기 선생님이 특수교육 실무사로서 수행하는 업무는 개별화교
육지원팀의 회의를 통해 혼자서는 학습과 학교생활이 어려운 장애학생의
교수·학습활동을 보조하고, 신변처리 및 급식지원을 하며, 교내외 활동과
등하교 지도 등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 및 학교 활동 전반에 대한 보조역
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 학교행사나 운동회, 통합학급 및 특수학급 체
험학습 시 현장에 나가서 학생들을 지원해 주고 계신다.
이렇듯 2004년부터 시작된 특수교육 보조원 제도는 장애학생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돕고, 특수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
재는 특수교육실무사로 명칭이 변경되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일하시는 한
분 한 분이 장애학생의 교육을 위해 열심히 뛰고 계신다. 고홍기 선생님 또
한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를 익히기 위해 워드프로세서 및 엑셀 자격증 공
부도 틈틈이 하고 있으며, 퇴근 이후에는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사람
들과의 친분도 쌓고, 취미활동도 하고 계신다.
그는 자신도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
한 장애학생들의 손과 발이 되어줄 수 있어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
한다.
특수교육실무사의 일과 시간별 지원활동과 지원 내용
구 분 |
주요 지원 활동 |
지원 내용과 방법 |
지원 장소 |
수업
이전 |
아침자습 |
•아침자습 및 신변처리 보조하기 |
학습도움실 |
학습자료 준비 |
•교실 정리정돈하기 및 착석 유지
•학습자료 준비하기 |
시간표 확인 |
•해당 요일 시간표 확인하기 |
오전
수업 |
수업활동 보조 |
•통합학급에서 해당 교과 수업 보조하기
•학습도움실에서 수업 보조하기 |
통합학급,
학습도움실 |
학생행동 관찰 |
•학생이 교실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교실 내 행동 관찰하기 |
신변처리 보조 |
•쉬는 시간에 기본적인 신변처리가 가능하도록 옆에서 보조하기 |
점심
시간 |
급식지도 |
•식판 들기, 음식 받기, 바르게 앉아 식사하기, 급식이 끝난 후
잔반 처리 지도하기, 급식 후 교실로 이동하기 |
급식실 |
양치지도 |
•식사 후 양치 지도하기 |
오후
수업 |
수업활동
보조 |
•바른 자세로 착석 지도하기 |
통합학급,
학습도움실 |
•수업활동 보조하기 |
수업
이후 |
하교지도 |
•하교지도 및 활동 보조 선생님께 인계하기 |
학습도움실 |
정리정돈 |
•특수학급 교실 정리 정돈하기 |
자료제작 |
•학습 자료 제작 보조하기
•교실 환경 구성 제작 도움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