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 박사과정)
잠시 뉴욕에서 거주하던 시절 UN 본부를 견학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가이드가 설명하길 이 땅은 국제 영토로 간주되며, 미국 경찰도 함부로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불가침’ 지구로 인정받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간단히 UN을 소개했었다. 그 외에도 국제평화유지군, 안전보장이사회, 테러리즘, 여성 인권 및 교육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당시 내 눈을 끈 것은 유엔 인권 선언문에 관한 작품이었다.
UN은 국제 사회로부터 아동·여성 및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어우르는 인권의 증진과 보호, 보장을 위하여 앞장서는 기구이다. 현재 미국은 UN 장애인 권리협약에 서명은 하였지만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이다.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조약임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은 비준을 하지 않은 것일까? UN 장애인 권리협약과 관련하여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며, 이에 대한 결정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미국 내 UN 장애인 권리협약 논쟁과 관련하여 더욱 자세히 알아보자.
장애인 권리협약 관련 현재 미국 상황
오바마 대통령과 일부 의회 의원들을 포함한 미국의 정치가들은 현재의 미국 법조항과 정책들이 UN 장애인 권리협약과 양립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실제로, 일부 장애인 권리협약의 조항들은 미국의 장애인 관련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09년 7월, 오바마 대통령은 UN 장애인 권리협약에 서명하였다. 2012년 5월, UN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 안건이 상원들에게 넘겨졌다. 그러나 상원 의원회에서 비준 안건 통과가 무산되었다.(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서명한 대외정부와의 조약은 상원이 승인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 인권보호 관련 미국 법체계 및 정책
현존하는 미국 법조항 및 정책이 장애인 권리협약의 의무 조건들과 어떻게 부합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1. 미국 헌법
미국 헌법은 장애인 권리협약이 요구하는 많은 권리들, 그 중 특히 사법제도 아래 동등한 권리 및 평등한 접근을 이미 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4차 개정안의 동등 보장권에 대한 조항은 미국 주들이 그 어떠한 사람이라도 “법 아래에 동등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 American with Disabilities Act (ADA)
1990년도에 제정된 American with Disabilities Act (ADA)법은 장애인에 대한 폭넓은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미국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장애인 권리법으로서, ADA법은 장애인 권리협약에서 다루는 의무사항들(접근권, 고용, 교통수단, 보건, 그리고 정부 및 민간 프로그램에의 동등한 참여)을 이미 다루고 있다.
· 고용 : ADA 제1장은 장애인의 고용과 관련한 차별금지를 이야기한다. 고용 상의 차별금지는 주 또는 자치정부 차원에서 15 또는 그 이상의 고용인이 있을 때, 유자격 장애인에 대하여 고용과 관련된 모든 기회에서 비롯되는 편익을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제공하도록 하였다. 이는 지원절차, 고용·유지·승진, 보상, 훈련, 그리고 다른 고용과 관련된 결정권들을 포함한다. ADA법은 고용주들로 하여금 고용인들이 희망했던 지위에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 주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 ADA법의 제2장은 주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프로그램 및 활동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 민간제공 공공편의시설 및 서비스 제공 : ADA법의 제3장은 민간이 운영하는 공공 편의시설, 일정 종류의 교육과정과 시험, 교통수단, 상업시설 등에 대하여 장애인에 대한 배제, 분리 및 불평등의 차별행위를 금지한다. 예를 들어 호텔, 식당, 영화관, 세탁소, 여행사, 박물관, 공원 등등의 곳에서 제공되는 재화나 서비스, 시설, 특권, 편익이나 편의를 충분하고 평등하게 향유함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안 됨을 명시하고 있다.
3. Section 504, Rehabilitation Act of 1973
ADA법이 주 또는 지방자치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반면, 1973년의 재활법(Rehabilitation Act) 제504조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유사한 보호를 제공한다. 이는 연방기금을 받거나 연방에 의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혜택 받는 분들에 대한, 장애에 근거한 차별대우를 금지한다.
4.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IDEA)
IDEA 장애인 교육법은 미국의 장애아동에 대한 특수교육 및 관련 서비스를 위한 연방 법률로, UN 장애인 권리협약의 교육조항을 충족시킨다. 이 법은 ‘무상의 적합한 공교육 (Free appropriate public education-FAPE)’을 3~21세 사이의 모든 장애아동들에게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비차별적 평가, 개별화교육, 최소 제한적 환경, 절차상 보호 및 부모참여 등의 원리를 포함하고 있다.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 관련 논쟁점
미국 내 UN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과 관련 논쟁의 중점은, 이 국제조약이 미국의 자주권에 미칠 영향이다. 비준 반대파는 이 조약이 연방 정부, 주 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법을 대체할 지도 모른다는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찬성파는 미국 법이 UN 장애인 권리협약 조건의 대부분을 충족시키기에 새로운 법적 의무가 더 생겨나지 않을 것임을 주장했다. 구체적인 논쟁점은 다음과 같다.
1. UN 장애인 권리협약 위원회 역할
비준 반대파는 미국 법이 장애인 권리협약에 위반할 경우, UN 장애인 권리협약 위원회에서 미국 시민들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할 지도 모른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오바마 정권을 비롯한 비준 찬성파는 위원회 결정이 국제 및 국내법 하에 법적 구속력이 없을 것임을 강조하였다.
2. 해외에 있는 미국시민 및 기업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일부 찬성파는 미국 비준이 (a) 미국에 사는 장애인들의 삶의 생활, 고용, 또는 여행을 증진시키며, (b) 미국 기업체들이 이미 다른 외국 기업체들과 다르게 높은 장애인 고용 기준을 준수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하지만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이 미국 기업체 또는 장애인들에게 과연 얼마만큼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미지수이다.
3. 미국 국제 정책에서의 역할
비준 찬성파는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이 국제적으로 장애인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기에 이에 따라 미국의 신용도도 증진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반대파는 현존하는 미국 법과 정책들이 이미 미국이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기에 비준이 불필요함을 주장한다.
4. 낙태
일부 비판가들은 장애인 권리협약에 있는 ‘성 생식 보건’이라는 용어가 낙태의 완곡어법이 될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낙태’라는 단어가 장애인 권리협약에 절대 언급되지 않았으며 미국 비준의 결과로 낙태와 관련된 미국 법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5. 부모의 권리
일부는 미국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이 장애아동들과 관련된 교육 및 치료 결정권을 미국 부모들이 아닌 정부에게 주어질 것에 대해 우려하였다. 반면 다른 이들은, 오바마 정권을 포함하여, 현존하는 연방 정부, 주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법이 부모의 권리를 보장할 것임을 주장하였다.
이 외에도 상원에서 고려하는 논쟁점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는, 장애인 권리협약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 장애인 권리협약의 이행과 관련된 장애물, 그리고 장애인 권리협약에 있어 시민사회의 역할과 참여 등등이 있다. 이러한 논쟁점을 안은 채, UN 장애인 권리협약이 미국에서 비준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Blanchfield, L., & Brown, C. (2015, Jan 21).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Issues in the U.S. ratification debate.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No. 7-5700).
월드리포트
미국 내 UN 장애인 권리협약 비준과 관련된 논쟁
UN 장애인권리협약 후 독일의 장애인정책과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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