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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여가활동 소개

나를 표현하는네모 여행
- 글과 그림으로 나를 표현하는 활동 -

 

한빛맹학교 교사 김해동

 

유아일 때 우리는 글자보다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고 색연필로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글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그림보다는 글로 표현하는 것을 더 익숙해 한다. 어른이 된 우리는 나를 돌아보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삶 속의 치열한 경쟁과 육아로부터 우리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카드에 사물, 캐릭터를 그리는 활동을 하려고 시작했다. 이러한 시간들이 더해져서 지금은 그림책 만들기를 하고 있다. 그림책 만들기는 이러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색연필을 잡는 것으로 시작하여 선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동그라미 두 개로 떠오르는 것을 표현하자고 하였을 때 모두들 “두 개의 원으로 표현할 것들이 얼마나 있겠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결과물을 보고 서로들 재미있어 하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기가 교실인지 시장의 한 장소인지 모를 정도였다.
“저는 두 개의 원으로 바둑알을 그렸습니다. 저는 바둑을 좋아하거든요.”
“저는 두 개의 원으로 반지를 그렸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주신 쌍가락지를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우리는 교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교실에 있는 사물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같은 사물을 그려도 전부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예를 들면 시계를 그려도 ‘가’ 선생님은 동그랗게 그리고, ‘나’ 선생님은 타워형으로 그리고, ‘다’ 선생님은 바늘만 표현하고, ‘라’ 선생님은 안 보이는 톱니 모양을 표현하였다. 우리는 서로를 보면서 “같은 것을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구나.”라며 놀랐다. 그 이후에는 사물에 눈과 코, 입, 팔, 다리를 표현했다. 우리는 내가 그린 캐릭터를 보면서 자식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각자 그린 캐릭터를 보면서 기특하고 뿌듯해 하였다.
<우아한 관찰주의자>의 저자 에이미 E. 허먼은 관찰한다는 것은 “자세히 보며 살펴서 무언가를 알아가면서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제대로 아는 데까지 이르도록 두루 살펴서 생각하며 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그동안 교실에 있는 사물들을 그냥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지나쳤다. 항상 교실에 있는 것이니 별다른 의미 없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하니 이 사물에 대해서 관찰해야 했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이 사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관찰해야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물을 관찰하고 표현하니 잘 나타낼 수 있었다. 색도 좀 더 예쁘게 칠하고 싶어졌다. 관심 없는 것에는 관찰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우리는 조금 욕심을 부려 그림책을 각자 만들기로 하였다. 먼저 스토리 만들기를 카드 2장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였다. 그림카드 2장으로 무슨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했는데 의외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잠수부와 강아지 2개의 카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어떤 선생님은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어떤 선생님은 잠수부를 주인공으로 만든 것도 있었다.
그 이후에는 이야기를 2~3줄로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고 스토리 보드를 만들었다.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과 스토리 보드를 작성하는 과정은 꾀나 힘들었다. “창작의 고통이 이런 것이구나!”라며 우리는 힘들었지만 서로를 달래주며 함께 만들어 보자고 했다.
유아 때 그림을 그렸던 때로 돌아가 보자. 그림에는 그 사람의 마음과 경험이 들어가 있다. 학생들의 그림에도 감정과 경험이 들어가 있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고 공감하고 있을까? 이렇게 그림을 통해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에게 소중한 마음을 선물로 주면 어떨까?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나 자신에게 말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 작품 사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 작품 사진

 

 

 

김해동

  • · 교실 속 비주얼씽킹 저자
  • · 교실 속 유튜브수업 공동저자
  • · 동이쌤 비주얼씽킹 블로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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