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AAC 전문가로서의 희망찬 한 걸음

복헌수(청주혜화학교 교사)

 

AAC란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즉 보완대체의사소통을 뜻하는 말이다. 문자 그대로 말을 보완하거나, 구어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 말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특수교육현장의 대부분의 교사들이 아는 용어이며 실제 사용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나 자신은 이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된지 몇 년 되지 않았기에 이렇게 용어의 정의를 먼저 이야기해 보았다.

교육현장에서 처음 AAC를 써 본건 8년 전 쯤, 인지능력이 우수하고 사회성이 좋지만 뇌성마비로 인해 구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매우 어렵고 불수의 운동으로 인하여 팔과 손의 움직임을 스스로 잘 통제하지 못하는 남학생이었다. 대단할 것도 없이, A4 용지 한 장에 칸을 나누어 자음과 모음을 프린트해서 코팅해 놓은 아주 단순한 형태였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함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해졌고, 심지어 졸업 후에도 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와 몇 장 더 만들어 드렸던 기억이 난다. 사실, 앞서 말했듯 부끄럽지만 그 때는 내가 사용했던 것이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인지도 몰랐었다. 그렇게 나는 AAC와 처음 접하게 되었고, 이후 대학원 과정 등에서 AAC에 대해 공부를 하며 현장에서 써보려고 노력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추진하는 AAC 중재 중심의 특수교육전문가 해외연수를 알게 되었고, 운 좋게도 선발되어 미국의 AAC 현장을 직접 보러 가게 되었다. 그동안 책이나 논문, 영상들로만 접하던 미국의 실제 특수교육현장을 견학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참을 설레었다. 심지어, 수염도 미국식(?)으로 기르면서 미국 현장의 AAC에 대해 보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9월 20일에서 28일까지, 오고 가는 이틀을 제외하고 7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짧은 시간에 여러 기관을 방문하였기 때문에 깊게 알기는 어려웠지만, 미국의 특수교육 현장의 공기를 직접 느끼며, 보고 들은 내용들은 개인적으로 크게 의미 있었다. 미국과 한국은 교육체계와 현장에 투입되는 전문가 양성과정 등 많은 부분들이 다르지만, 어떤 면들은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먼저 체계적인 AAC 전문가 양성과정이 있어서 각 특수교육기관에서 양질의 AAC 제공을 통해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유도한다는 점과 오랜 기간 누적되어온 언어 및 AAC 관련된 연구들과 그 연구들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리고 실제 Application의 형태로 나온 다양한 AAC 체계였다. 특히, 환경적인 부분에서 넓은 땅과 캘리포니아 특유의 축복받은 날씨로 인해 넓고 푸른 잔디밭과 단층 건물이 여유 있게 흩어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학교 캠퍼스들이 장애학생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벗어나 마음껏 활동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반면,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에게 AAC를 이해시키고 홍보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교사연수를 하고, 교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을 보면, 미국의 교사들 역시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비슷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대학 등에서 그동안 AAC에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온 것에 비해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AAC 필요성이나 활용방법이 덜 알려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하지만,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올 여름에 “장애학생 의사소통(보완대체) 지도 역량 강화 과정” 직무연수를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특수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AAC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정말 좋은 날씨에 특수교육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하는 미국의 다양한 특수교육기관과 전문가의 강의,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책과 영상만을 통해 배웠던 그들의 특수교육과 AAC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좀 더 높아졌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우리 현장에 맞게 잘 가공하고 적용하여 장애학생들이 학교,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함으로서 좀 더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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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접속

AAC 전문가로서의 희망찬 한 걸음

행복한 교육이란?


현장특수교육 가을호 제23권

  • 01 프롤로그
  • 02 오픈칼럼
  • 03 모두가 행복한 수업
  • 04 화제의 특수교사
  • 05 톡톡Talk
  • 06 현장투어
  • 07 스페셜테마
  • 08 차 한잔을 마시며
  • 09 월드리포트
  • 10 특수교육 동정
  • 11 여가+
  • 12 스토리+
  • 13 미래를 꿈꾸며